세계 공연예술의 메카인 뉴욕 브로드웨이가 장기간의 침체를 뚫고 중흥의 기반을 확실히 다지고 있다.

1996년 대히트한 뮤지컬 "렌트"를 시작으로 "라이프" "타이타닉" "라이언 킹" 등 "메이드 인 뉴욕" 흥행작들이 연이어 브로드웨이를 달구고 있다.

"미스 사이공" "캐츠" "오페라의 유령" 등 영국 웨스트엔드 작품을 그저 브로드웨이로만 옮겨오던 관성을 탈피한지 이미 오래다.

연간 공연수입도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1998년 기준으로 이미 연간 관람객이 1천만명을 넘었고 뉴욕시 경제에 3조7천여억원의 보탬이 됐다.

20세기 막바지에 브로드웨이가 이룩한 부흥의 비결은 무엇일까.

경제적 측면에서 한번 살펴보자.

먼저 브로드웨이가 유발하는 경제적 혜택이 얼마나 큰지 뉴욕시정부와 시의회, 시민들이 공감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공연예술의 무형적 가치"나 "예술의 원론적 기능" 같은 뜬구름 잡기식의 논의가 아니라 브로드웨이가 뉴욕시민들의 소득증대에 얼마만큼 기여하고 있는지 수량화해서 보여줬기 때문.

그 주체는 33개 극장을 소유하고 있는 3명의 극장주와 프로듀서연합.

독과점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거꾸로 단합이 잘 되는 이점을 살려냈다.

지난 96년 경영자문회사 베인사로부터 운영실태를 컨설팅받고 브로드웨이의 고용창출효과, 관광수입, 관람료 등을 분석하는 등 성실한 "자구계획"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다음으로 창작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 선결과제란 점을 분명히 인식했다는 점이다.

브로드웨이 관객의 50% 이상은 외국인 관광객.

미국 관객들은 이미 장기 흥행작을 다 봤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투자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리스크가 크더라도 신작으로 승부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기존의 보수적인 분위기의 작품보다는 비트가 강한 건강한 메시지의 작품들에 포커스를 맞췄다.

뮤지컬 "렌트"를 만든 조나단 라슨 같은 걸출한 인물이 이런 분위기를 선도해 나갔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도 아이디어였다.

"브로드웨이 아시아"란 비영리법인을 만들어 작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브로드웨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존속시켰다는 점이다.

"모든 공연예술은 브로드웨이로 통한다"는 명성이 혹여 사그러지기 전에 발빠른 중흥책으로 브랜드의 생명력을 연장시킨 것이다.

그래서 제작비 단가는 브로드웨이가 런던 웨스트엔드에 비해 10배 가량 더 들지만 기대수익은 20배 이상 높다는 선험칙이 유지된 것이다.

뮤지컬 등의 제작환경은 어려워지고 있지만 "대박"의 신화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믿음이 브로드웨이를 지탱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