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한복판에 들어섰다.

온 산하가 색색으로 물드는 단풍의 계절이다.

여름의 땀을 씻어내고 재충전하기 위한 길떠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순간순간이다.

길가에 하늘대는 코스모스, 상큼한 바람속의 단풍, 여기에 옛 사람들의 체취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10월의 가볼만한 곳 "단풍감상을 겸한 문화유적 답사 11선"을 소개한다.

<> 강원 인제 한계사지, 고성 건봉사

한계사지는 설악산국립공원 장수대분소에서 서쪽으로 1백m 가량 떨어진 숲속에 숨어있는 옛 절터.

웬만한 지도에는 표시조차 되어 있지 않을 정도인 이곳에는 금당 주춧돌과 두개의 삼층석탑만이 1천3백여년의 세월을 증명하고 있다.

통일신라 말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삼층석탑은 각각 보물 제1275호, 제1276호로 지정돼 있다.

절터 맞은편 정면으로 보이는 가리봉과 주걱봉이 알프스의 침봉을 연상케 할 만큼 뛰어난 풍치를 자랑한다.

금강산 구룡폭포, 개성 박연폭포와 함께 한국의 3대폭포로 꼽히는 대승폭포가 가까이 있다.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033)460-2366, 설악산국립공원 장수대분소 (033)463-3476

건봉사는 금강산이 시작되는 건봉산(910m) 자락에 안겨 있어 "금강산 건봉사"로 불린다.

신라 법흥왕 7년(520년) 백제의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임진왜란때 사명대사가 승병을 훈련시켰는데 이들을 공양할 쌀을 씻은 물이 10리를 넘게 흐를 정도였다고 한다.

50여기의 부도와 탑비가 있다.

원형대로 남아 있는 홍예교인 능파교가 주변풍경과 어울려 아름답다.

진신사리탑은 임진왜란때 왜군이 약탈해간 불가리와 치아사리를 되찾아온 후 세운 것이라고 한다.

고성군 문화관광과 (033)680-3545

<> 충북 괴산 각연사, 천안 광덕사

각연사는 신라 법흥왕때의 사찰.

사찰터를 알려준 까마귀(또는 까치)떼의 전설이 전해진다.

유일화상은 다른 곳에 절을 지으려 했는데 까마귀떼가 물고간 대패밥을 이 절터의 연못에 떨어뜨렸고 그 연못에서 석불을 발견하고 각연사를 세웠다는 것.

신라 하대인 9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세련되지는 않지만 단정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문 제433호)이 있다.

각연사 전경을 볼 수 있는 보개산 등산로의 단풍이 아름답다.

괴산군청 문화관광과 (043)830-3223

광덕사는 비구니스님의 수도도량.

조선시대 세조가 지병을 치유하기 위해 다녀갔다는 일화가 전한다.

1987년에 세운 "호두전래사적비"가 눈길을 끈다.

대웅전앞 보화루 앞에 몇백년 묵은 호두나무가 서 있고 요사채 옆에도 호두나무가 있어 이곳이 호두의 원적지임을 알려주고 있다.

호두는 고려말에 전래됐고 처음 심은 곳이 이곳 광덕면이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호두생산량의 60%가 광덕면에서 난다.

천안시 문화체육담당관실 (041)550-2031

<> 전남 영광 불갑사, 경남 남해 용문사

불갑사는 백제시대의 고찰.

단청이 씻긴 대웅전(보물 제830호)이 고풍스럽다.

대웅전 처마조각, 연꽃모양으로 조각해 끼워맞춘 문살문양의 세련미가 돋보인다.

불갑사 앞 오솔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불갑사 저수지가 있는데 이곳에서 산아래로 물드는 단풍을 보는 맛이 괜찮다.

불갑산 정상에 올라 탁트인 함평, 나주평야를 내려다 보거나 서해 칠산 앞바다에 찾아드는 낙조를 감상하는 것도 빼놓을수 없다.

천연기념물(제112호)로 지정된 참식나무자생지도 시원하다.

영암군 문화관광과 (061)350-5226

용문사는 육지와 연결된 남해도의 호구 산자락에 있다.

신라 애장왕때 창건된 사찰.

임진왜란때에는 승병활동의 근거지로 숙종때 수국사로 지정, 보호받기도 했다.

사찰 주위를 둘러친 아름드리 소나무와 측백나무 등 상록수림이 분위기를 돋운다.

호구산 정상에서 보는 한려해상공원의 풍광이 특히 아름답다.

남해군청 문화관광과 (055)864-3101

이밖에 경기 안성의 석남사와 청룡사(문의 031-670-1060), 경북 영주의 소백산 죽령옛길(054-639-6062), 충북 영동의 천태산 영국사(043-740-3225), 전북 정읍과 전남 장성을 경계짓는 입암산성(061-390-7224), 제주 천왕사와 어승생악(064-750-7413)이 10월 단풍을 겸한 문화유적답사지로 그만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