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간 독일 문단은 고민할 것이다.

이 작품을 공동묘지에 내다버릴 것인지 명예의 전당에 안치할 것인지.

그라스는 평화를 교란하는 악마다"

1959년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이 발표되자 당대의 소설가였던 옌첸스베르거는 이렇게 말했다.

옌첸스베르거의 예언은 적중했으나 10년씩 걸리지는 않았다.

전후 독일문단에 충격을 준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은 기괴한 이미지로 점철된 작품이다.

주인공 ''나''는 3세에서 성장이 멈춰버린 아이다.

슬라브계 폴란드인 어머니와 그 사촌오빠인 폴란드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내아이로 추정된다.

불륜을 괴로워하던 어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친아버지로 추정되는 어머니의 사촌오빠는 ''나'' 때문에 독일군에게 총살된다.

독일인 계부도 ''나''의 계략으로 사망한다.

혼자 남은 나는 난쟁이 서커스단을 전전하다 정신병원에 들어간다.

''나는 누구인가,오스카르인가 나인가,내가 영리한 것은 기억이 없기 때문,오스카르가 영리한 것은 추억이 풍부하기 때문.때문에 죄인이 되고,때문에 타락하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죄인이 되고,그럼으로써 무죄가 되었다.

에게 죄를 전가하고,을 통해서 혈로를 열고,에서 벗어나고,에서,일을,에 대해서 웃고,때문에,앞에서,없이,울었다.

이야기 하면서 모욕하고 모욕하면서 침묵했다''(양철북 본문 중)

그라스가 태어난 독일 단치히는 현재 폴란드 그단스크로 바뀌었다.

역사와 인간의 문제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귄터 그라스의''양철북''은 20세기 리얼리즘의 고전으로 남아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