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서정인씨의 연작소설 ''용병대장''(문학과 지성사)이 출간됐다.

이탈리아 르네상스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물.

작가는 과거와 현재,대화와 서술을 중첩시키는 문체실험을 시도한다.

문예부흥운동인 르네상스는 근대문명의 여명기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20세기만큼 타락한 시기이기도 했다.

전쟁을 통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다시 전쟁을 일으키는 용병대장,세속의 힘으로 권좌에 오르는 교황과 추기경,사치와 향략에 빠져있는 시민들.

작가는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장삿속''이라고 말한다.

연작소설 ''용병대장''은 형식적 완결성과는 담을 쌓았다.

시공간을 자유로 넘나드는 자유간접화법에 대해 문학평론가 김태환씨는 "역사적 지식의 매개적 성격이 은폐되는 과정을 재현하고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 수사 사보나롤라의 처형장면을 보자.

''몽둥이파는 더 족치자는 계속파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자는 개선파로,조작파는 이왕 꾸며댈 바에야 고문을 그만두자는 단독파와 가용수단을 다 동원해야 일에 빈틈이 없다는 겸행파로 각각 갈라졌다.
사색당쟁은 곧 팔황(八荒)으로 번져 팔경(八景)을 보여주니 팔상(八相)이 팔음(八音)을 내는 곳에 배고픔 목마름 추위 더위 물 불 칼의 필난이 있고 생로병사 애별리고(愛別離苦) 원증회고(怨憎悔苦) 구부득고(求不得苦) 오음성고(五陰盛苦)의 팔고(八苦)가 있으니 팔재(八災)를 이기지 못한다면…입열반의 팔상(八相)을 얻지못하리라''

기독교에서 불교로 시대와 사상을 종횡하는 화법은 언어의 의미를 탐색하는 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