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고갱은 39세에 타히티로 갔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 보다 적은 나이.

40세 언저리는 어디론가 불쑥 떠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많은 사람이 제2의 인생을 꿈꾸지만 실행에 옮길수 있는 인간은 얼마 안된다.

최근 새로 번역된 소설 "달과 6펜스"(민음사)는 "40세"에 관한 작품이다.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부유한 증권거래인.

그의 집엔 왕실변호사와 정부 관리 들이 드나든다.

어느날 스트릭랜드는 17년간 별탈없이 살아왔던 아내와 아이를 버리고 파리를 거쳐 타히티로 간다.

"승산없는 도박 아닙니까"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을 뿐이오"

"하지만 그림을 그릴 줄도 모르지 않습니까"

"이렇게 멍청한 사람을 봤나.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치고가 문제겠소.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그렇지 않으면 빠져죽어요"

40세에 집을 나온 스트릭랜드는 동료화가의 집과 아내를 빼앗고 결국 문둥병에 걸려 죽는다.

그러나 단돈 2백프랑에 불과했던 그의 그림은 3만프랑에 팔린다.

소설 "달과 6펜스"는 후기인상파 화가 고갱을 모델로 한다.

그는 스트릭랜드처럼 증권브로커였으며 마르세이유에서 잡역부 노릇을 했고 타히티로 건너가 원주민과 결혼했다.

제목의 달과 6펜스는 은빛나는 동그라미로 형태가 비슷하다.

달이 도달할수 없는 이상향을 상징하는 반면 6펜스는 흙탕물 질퍽한 현실을 가리킨다.

6펜스의 세계에서 달을 올려다보는 마음.

생의 반환점에 이른 40세에겐 잃어버렸다고 생각되는 것이 많다.

혁명 영웅인 체게바라의 평전이 베스트셀러반열에 오른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보라.

19세기 평균수명이 65세였음을 감안할때 고갱의 40세는 오늘날 60세와 맞먹는다.

추억을 말하기에 40세는 너무 이르지 않은가.

<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