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성적으로 간신히 받은 고등학교 졸업장.

독서장애증 탓에 책 한권 제대로 읽지 못한 학생.

그러나 이 "학습지진아"는 이제 음반사 항공사 철도 영화 소매업 금융업
등에 걸쳐 2백여개의 자회사를 보유한 영국의 버진그룹 총수로 나보란듯이
성공을 거두었다.

바로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다.

그가 자신의 특이한 인생역정을 "루징 마이 버지니티"(Losing My Virginity)
란 제목의 자서전으로 펴내 해외 출판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FBF)에서 참관자들의 주목을
받은 책이다.

20개 언어로 번역, 전세계적으로 5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그는 학창시절 비록 학업성적은 형편없었지만 도전정신과 독립심으로
가득찬 학생이었다고 회고한다.

그 이면에는 잘한 일을 칭찬하는 것에 인색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이끌어준 부모님의 가르침이 있었다고 소개한다.

이미 16살때 비합리적인 학칙을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학생저항잡지
"스튜던트"를 창간할 정도로 그는 독창적이고 남다른 것을 추구하는 데
앞장선 소년이었다.

그의 이러한 아이디어는 사업현장에서 빛을 발했다.

1970년 "버진메일오더"라는 통신판매 레코드사를 설립, 대히트를 기록하며
영국 경제계의 "무서운 아이"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매장에서 팔지않고 통신판매기법을 통해 할인혜택을 준 것이 소비자들에게
먹혀들어갔던 것이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유통뿐아니라 으반제작에도 직접나섰다.

마이클 올필드라는 무명 기타리스트를 일약 스타로 만들며 대성공을
거두었고 이어 롤링 스톤스, 보이 조지, 필 콜린스, 자넷 잭슨 등 톱가수들을
자신의 회사로 영입하며 굴지의 레코드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984년에는 달랑 비행기 1대로 항공업에 뛰어들어 경쟁사들의 끈질긴 견제를
물리치고 버진애틀랜틱사를 영국 제2의 항공사로 키워놓는 뚝심을 보였다.

그는 걸프전쟁 초기에 바그다드의 인질을 구조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비행을
감행했으며 열기구를 타고 세계일주비행을 시도할 정도로 역동적이고
모험적인 삶을 살아왔다.

자서전 전편에 흐르는 브랜슨 회장의 도전정신은 읽는 이로 하여금 좌절을
무서워하지 않는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되새기게 한다.

오로지 대학진학만을 목표로 하는 우리의 교육풍토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점들이 많은책이다.

< 박해영 기자 bon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