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종각사거리 종로타워 옆에 대형탑이 세워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조각가 최정화씨가 "세기의 선물"이란 주제로 조성한 이 탑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석탑인 경천사 10층석탑과 원각사지 10층석탑을 혼합한 형태.

지금도 밤마다 화려한 조명을 받아 서울 거리를 밝히고 있다.

이 탑의 모델로 사용된 국보 86호 경천사 10층석탑은 오는 2003년 개관하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될 유물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유물이어서
다시 한번 관심을 끌고 있다.

높이 13.5m, 무게 1백t이 넘는 이 석탑이 자리잡게 될 전시실 복도는 천장이
없도록 설계됐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사례다.

고려말 충목왕 4년(1348년)에 건축된 이 탑은 원래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
중련리 부소산 기슭 경천사터에 있었다.

하지만 1907년 우리나라에 대사로 와 있던 일본 궁내대신 다나카가 "고종
황제가 석탑을 하사했다"는 거짓말을 앞세워 석탑을 해체, 도쿄로 불법
반출하면서 첫 시련을 맞게 된다.

당시 대한매일신보 3월7일자 사설은 "주민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일본인
1백30~2백명이 급습해 탑을 개성역으로 운반하고 부산으로 실어갔다"며
"그러한 무법행위는 일본인들의 난폭한 행동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조선총독부는 1918년 탑을 국내로 들여와 경복궁에
방치해 뒀다.

만신창이가 된 석탑은 60년에 와서야 비로소 복원됐으나 95년 다시 해체되는
수난을 겪는다.

석탑 이곳저곳에서 균열이 생겨 특별보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탑은 현재 서울 경복궁 안에 안치돼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40%정도 복원한 이 석탑은 새 박물관이 개관될 때까지
지속적인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전시실에 세워질 예정이다.

< 강동균 기자 kdg@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