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에 전해지는 역사기록중 많은 부분은 힘 겨루기에서 승리한 측의 논리에
의해 쓰여지기 마련이다.

이런 기록에 의존해 역사를 해석하다보면 불의를 정의로 정당화하는 오류를
저지르기 십상이다.

"조선왕조 충의열전"(최완수 저, 돌베개)은 불의에 의해 역사의 뒤켠으로
밀려난 정의의 참모습을 되찾으려는 의도로 쓰여진 책이다.

세종과 문종 사후 끊임없이 진행되던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위협을 견제하다
죽은 김종서와 단종 복위를 기도하던중 화를 당한 성삼문 박팽년 등 사육신의
생애를 통해 조선 초기 정치사를 들여다봤다.

특히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과정에 참여한 반역자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해 서술한 "문종실록"과 "노산군일기"를 관련
기록과 비교해 가며 재평가한 점이 돋보인다.

혼탁한 시대에 충절과 의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역작이다.

저자는 "국난에 희생된 충의열사들에 관한 기록이 이들을 해친 역적들에
의해 변조돼왔다"면서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들조차 이런 사실을 무심히
지나침으로써 불의를 정당화시키는 현실을 바로잡으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
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간송미술관 연구실장으로 재직중
이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