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백년은 동아시아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였습니다.이데올로기
문제, 근대화, 전쟁 등은 다큐멘터리로 흥미있는 소재입니다. 지난 한세기를
정리하고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타임캡슐에 넣어 후손에 전할
만한 기록을 남기고 싶습니다"

다큐멘터리의 "대가"로 손꼽히는 독립프로덕션 다큐서울 대표 정수웅씨(56).

그가 올해 20세기 동아시아의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20세기를 접는 내년말쯤 KBS와 일본NHK를 통해 방영될 16부작 다큐멘터리
"동아시아 격동 1백년사"의 제작에 들어가는 것.

NHK와 KBS(외부협찬)가 50%씩 제작비를 부담할 이 프로그램은 정씨가 총감독
을 맡고 중국과 일본감독이 협력관계로 참여한다.

"76년 KBS에서 "한국의 재발견-개항1백년"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어요.
그때부터 21세기를 맞는 시점이 되면 한, 중, 일을 한무대로 놓고 동아시아
1백년사를 정리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주도적인 입장에서 작업해
나간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정감독은 이 다큐멘터리를 철저하게 "민"의 시각에서 만들겠다고 말한다.

또 사건 나열식 다큐멘터리를 지양하기 위해 시대별로 상징이 될만한
가족과 지역사에 초점을 맞춰 전체역사를 조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다 정교한 화면을 위해 평소 기획, 촬영, 편집까지 도맡아 하던
원맨시스템을 고집하지 않고 별도의 전문 카메라맨을 쓰기로 했다.

26년 다큐인생에 획을 그을 만한 대표작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그동안 1백여편이상 작품을 만들었고 이런저런 상도 많이 탔지만 솔직히
대표작으로 내세울만한 것이 없습니다. 지난해 케이블TV 다큐채널에서
일주일간 제 프로그램을 시리즈로 방영한 적이 있었는데 부끄럽더군요. 나이
오십이 넘어서야 다큐멘터리에 대해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정감독은 올해 "태평양전쟁 최후의 외무대신 박무덕"이라는 2부작
다큐멘터리도 제작할 예정이다.

도고 시게노리로 알려져 있는 "박무덕은 임진왜란때 도예가 심수관과 함께
일본에 끌려간 박평의의 후손이예요. 태평양 전쟁에 반대했지만 종전 당시
외무대신을 지냈다는 이유로 전범으로 몰려 감옥에서 병사했어요. 한국인
이라는 것보다 역사의 격변기에 외롭게 투쟁했던 인물에 초점을 맞춰 그를
재조명할 계획입니다"

정감독은 73년 KBS에 입사, 77년 다큐멘터리 "초분"으로 "다큐의 노벨상"
이라는 골든하프상 특별상을 탔으며 78~81년 4년연속 방송대상을 수상했다.

85년 다큐서울 설립후 "쓰루가의 아리랑환상곡", "압록강에서 만나는
사람들" 등 "민족"을 주제로한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