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의 기묘년 화두는 "활기찬 곳"입니다. 모두가 격의없이 어울려
즐길수 있는 문화 용광로로서의 기능을 살리는데 초점을 맞출 생각입니다"

예술의전당 문호근(53) 예술감독.

만 8개월째 예술의전당 개성을 색칠해온 그는 "벽 허물기"를 올해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예술계 주변의 엄숙주의와 연고주의, 세대간 거리감 등으로 인해 문화적
생기가 억눌렸던게 사실입니다. 경제적으로 흥청댈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올해엔 이 모든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어 문화와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겁니다"

그는 이를 위해 예술의전당 5개 공연장별, 시즌별 공연프로그램의 특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관련공연을 시즌별 페스티벌 형식으로 묶어 내놓는 다는 구상이다.

벽을 허물기 위해 되려 가두는 역발상인 셈이다.

그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역시 오페라 페스티벌이다.

지난해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엔 오페라페스티벌을 봄 가을 두차례로 늘리고
윤이상의 "심청",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 등 좀 어려운 작품도
끼워 넣었다.

보통 6~7회에 그치는 연습횟수를 최소 20회이상으로 늘리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페스티벌 기간중 토월극장 무대에도 작은 오페라작품을 2개씩 묶어 올릴
예정이다.

그는 오페라이외의 예술장르에 대한 지평을 넓히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네덜란드 댄스씨어터, 프랑스 필립 드쿠플레의 데세아무용단, 미국 폴
테일러무용단 등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3개 무용단의 내한공연이 예정
되어 있습니다. 장르간 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지요"

국가별 문화의 편식현상은 연극을 통해 치유해나가기로 했다.

각 페스티벌의 한 축으로 묶어 공연하는 연극을 통해 우선 일본 중국 인도
등지의 독특한 문화의 맛을 소개할 생각이다.

"우리의 문화를 살찌우려면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소화하는게
중요합니다. 우물을 깊게 파기 위해서는 터를 넓게 잡는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문학 영화 건축 의상 등의 생소한 분야도 예술의전당 공연마당에
끌어들이는 등 문화영역의 파괴를 꾀하고 있다.

공연예술에 대한 관객들의 잠재수요를 능동적으로 촉발시키기 위한 마케팅
전략 수립에도 남다른 신경을 쏟고 있다.

하반기께부터 시행할 공연작품의 3개월 사전예고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올해부터 매주 금요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의 공연시간을
오후 8시로 종전보다 30분 늦춘 것은 직장인 관객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예술의전당에 외국인 문화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짜는데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세계인을 관객으로한 예술의전당을 이루어낼 것입니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