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상상력으로 우리 고유의 정서를 형상화하며 "한국적 연극문법"찾기에
매달려 왔던 희곡작가겸 연출가 오태석(58).

지난 30여년간 자신의 창작희곡만을 고집했던 그가 처음으로 다른 작가가
쓴 희곡으로 무대를 꾸민다.

그것도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신인작가의 희곡이다.

그가 택한 작품은 김명화(중앙대 연극학 박사과정)의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

삼성문화재단이 시행하는 삼성문학상 희곡부문 당선작(97년)이다.

"작품이 빼어납니다.

신인을 찾아 다그쳐서 제대로 된 작가로 키워야한다는 연출가로서의
의무감도 있고요.

신인의 작품은 완성된 게 아니라 가능성을 담고 있을 뿐입니다.

그 간격을 메워주는게 우리역할이 아니겠어요"

"새들은..."은 "저항"으로 상징되는 80년대 386세대의 "집단주의 문화"와
X세대로 불리는 90년대 젊은이들의 "개인주의 문화"간 충돌을 그린 작품.

절대 섞일수 없을 것 같은 이질적인 두 세대 젊은이의 의식, 그러면서도
억압과 혼돈 방황이란 공통분모를 껴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주인공은 80년대 대학에서 연극반 활동을 했던 지환.

그는 90년대 학번의 후배들로부터 연극연출 청탁을 받은 후 최루탄과
화염병, 쇠파이프로 뒤범벅이 됐던 과거의 기억들로 괴로워한다.

또 자유롭다기 보다는 무질서하게만 보이는 후배들과도 충돌, 서로 폭력으로
맞선다.

그러나 이들은 주먹다짐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자신들이
지향하는 목적지가 닮아 있음을 깨닿는다는 내용이다.

"이땅에 태어났기 때문에 겪어야하는 갈등이죠.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할까요.

그러나 젊음은 용서도 잘하는 법입니다.

꼭둑각시 인형극의 문법을 활용해 이 나라 젊은이들이 앓고 있는 열병의
끔찍한 모양새와 상흔을 생생한 색채로 표현할 생각입니다"

성좌소극장, 9월4일~10월8일.

화~목 오후 7시30분, 금.토 오후 4시30분, 7시30분, 일.공휴일 오후 3시,
6시(첫날 낮공연 없음).

745-3966.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