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콜걸, 살인사건, 다중인격장애, 폭력과 협박, 비밀과 음모.

SBS 수목드라마 "장미의 눈물" (극본 이덕재 연출 문정수)은 복잡한
구조의 미스터리멜로물이다.

홈, 코믹, 멜로드라마 투성이인 국내 풍토에서 볼때 일단 신선한 느낌을
주는 장르다.

"장미의 눈물"은 어렸을 때 헤어진 쌍둥이남매 인옥 (신애라)과 기범
(정보석)이 살인용의자와 변호사로 만난 뒤 살인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기범의 노력으로 깨진 가족사가 회복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두 사람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주변인물과의 관계가 또다른
축을 이뤄 복잡한 사건구조를 이룬다.

하지만 스피디하게 전개되던 초반과 달리 극이 진행되면서 점차 긴박감이
떨어지고 있다.

중심을 이루는 사건의 전모가 하나씩 벗겨지는 재미를 제공하지 못하고
삼각관계 등 주변의 이야기만 지루하게 진행되는 느낌이다.

영화를 방불케 하는 세련된 영상과 편집은 칭찬할 만하다.

인물의 성격에 맞춘 다양하고 현란한 카메라 구도와 워크는 긴장감을
불어넣어 장르의 성격을 잘살리고 있다.

회상장면 또한 색을 달리 하거나 느리게 진행시키는 방법으로 수채화
같은 화면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이같은 구성이 너무 자주 등장하면 극의
흐름을 끊어놓을 우려가 있다.

출연진의 연기도 돋보인다.

다중인격장애를 겪고 있는 신애라는 성숙된 내면연기로 드라마를 이끌고
정보석, 황수정, 조민기, 정찬 등의 연기도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여기에는 대사가 어색하다고 느끼지 않게 만드는 영상과 편집의 힘이 큰
것처럼 보인다.

미스터리물에 빠질수 없는 것이 폭력이다.

하지만 각목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패싸움을 벌이는 장면이나 악을
대변하는 김종헌의 모습이 지나치게 미화되고 있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27일 방송분에서 문회장이 쓰러져 병원에서 깨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부인과 딸이 연주회에서 웃고 즐기는 장면은 어색했고, 문회장의 입원실
옆방에서 백장미가 정밀검진을 받게돼 등장인물들이 서로 만나도록 설정한
것은 지나치게 작위적이었다.

기범의 친구로 나오는 코미디언 배동성과 사무장 권은아의 어색한
관계나 코믹연기는 극의 흐름에 활력을 불어 넣기보다 오히려 방해가
된다.

극의 긴장감이 줄어들지 않도록 보다 치밀한 구성과 빠른 전개로
미스터리물의 성격을 살려야 할 것이다.

< 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