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방송3사는 한국전쟁 발발 47돌을 맞아 분단과 전쟁의 아픔을
조명한 특집극을 방영한다.

KBS2TV "오래된 집" (21일 오후 2시55분), MBCTV "바람과 강" (25,
26일 오후 11시, 27일 오후 9시55분), SBSTV "설촌별곡" (25일 오후
9시55분) 등이 그것.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드라마는 김중태의 동명소설을 극화한
"설촌별곡" (극본 최경식, 연출 이유황).

지난해 "구하리의 전쟁"으로 주가를 높인 SBS가 2월부터 제작에
들어가며 정성을 기울인 작품이다.

전방에 있는 설촌을 배경으로 무지하고 순박한 여인 묘순과 그녀의
삶을 스쳐가는 네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정치적 이념으로 나뉘어져
고통받는 혈육의 정을 그린다.

묘순은 씨받이를 하기 위해 남편이 복무하는 설촌에 온다.

남편이 무장간첩 소탕작전에서 전사하자 갈 곳이 없어진 묘순은 민하사가
임시로 구해준 움막집에서 머문다.

쫓기던 남파간첩 병수를 움막집에 숨겨준 묘순은 그와 정을 통한다.

홍리나가 SBS에 첫 출연해 묘순역을 열연한다.

김흥기 노영국 김규철이 묘순의 삶을 스쳐가는 남자들로 나오고
청춘스타 이세창이 간첩으로 등장한다.

이유황 PD는 "이데올로기 대립보다는 한 인간의 기구한 삶을 통해
인간애를 부각시켰다"고 설명했다.

"바람과 강" (원작 김원일, 극본 김진숙, 연출 장근수)은 2백호 남짓한
산골마을 입암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인간군상들의 이야기.

전쟁이 사람들의 가슴에 남긴 상처가 얼마나 큰 지를 보여준다.

무대는 53년 가을, 입암의 유일한 주막인 월령옥.

홀몸으로 두딸을 키우는 월포댁 (정영숙), 딸이 폐병을 앓고 있는
마을의 유지 최지관 (박인환), 아버지가 부역자로 몰린 정명구 (정준호)
등이 모여있다.

이 때 기괴한 행색의 미지의 인물 이인태 (이영후)가 나타난다.

장근수PD는 "원작에서 창조된 개성있는 인물들의 매력과 성격을 최대한
살리는 데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오래된 집" (신선희 극본, 정을영 연출)은 한국 전쟁 당시 북한에
처자식을 두고온 남자가 겪는 고통을 그린다.

창호아버지는 70년 남북회담의 결과로 방북이 허용된다는 정부의 발표에
마치 통일이라도 된 듯 흥분한다.

가족들은 북한의 처자식을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아버지가 내심
못마땅하다.

홍성민 김윤경 나영희 홍요섭 등 출연.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