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은 오전 5시부터 직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쌀값, 채소값을 묻는 장관의 질문에 답하려면 실무자들은 오전 4시에 시장을 돌아야 했다. 회의는 오전 7시. 모두 죽을 맛이었겠지만 그게 사명이라고 생각하며 일했다.고도성장기 경제 관료들의 활약상을 재조명한 책이 나왔다. 홍제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쓴 <경제 관료의 시대>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강의 기적’을 이끈 고위 경제 관료 13명을 다뤘다.공무원들의 새벽잠을 깨운 사람은 장기영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었다. 1960년대 중반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수출 주도 공업화를 이끌었다. 그는 물가를 잡겠다며 정육업자들을 사무실로 불러 호통치고 다방 주인에게까지 연락해 찻값을 내리라고 종용했다.그런 장기영 밑에서 차관으로 일하며 묘한 긴장 관계를 연출한 인물이 김학렬이다. 김학렬은 절차를 꼼꼼히 따지는 성격이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이 2년4개월이나 일하며 경제기획원 전성시대를 열었다.책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보’라고 부른 오원철 제2 경제수석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제수석으로 공정거래법 제정을 주도한 김재익도 만나 볼 수 있다.다시 ‘경제 관료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혹시 아는가. 앞만 보고 달린 그들의 행적을 되짚다 보면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 시대의 출구가 희미하게라도 보일지.유승호 기자
박민희 씨는 화장품 회사에 다니며 취미로 빵과 쿠키를 만들었다. “이 정도면 팔아도 되겠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냈다. 6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여동생과 창업했다. 모아둔 돈이 딱 1000만원이었다.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 디저트 전문점을 열었다.화장품을 라이브 커머스로 팔던 경험을 떠올려 스마트폰을 켰다. 그러곤 빵을 파는 방송을 했다. 새벽까지 밤을 새우며 신제품을 개발했다. 지금은 월 매출이 1500만원에 이른다.신간 <나는 회사 밖에서 월급보다 많이 법니다>에는 이런 사람들 42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 경제적 자유를 찾은 이들이다. 책을 쓴 방준식은 한국경제신문 기자다. 그는 2023년부터 ‘N잡의 시대’를 연재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1000만 뷰 이상 누적 조회수를 기록한 인기 시리즈다.블로그로 월 1000만원을 버는 블로거, 무자본으로 소셜 모임을 단기간에 대규모로 키워간 사회초년생, 출퇴근 시간 100분을 이용해 소설가가 된 직장인, 제주 카페로 제2의 인생을 사는 신혼부부, 마흔 넘어 시작한 운동으로 77만 유튜버가 된 주부 등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 이 책이 됐다.타고난 사업가이거나 넘치는 끼와 재능으로 돈을 번 셀럽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의 이웃, 동료, 친구처럼 평범한 이들이 찾은 ‘작지만 가장 현실적인 성공’을 들려준다.라이브커머스, 스마트스토어, 블로그, 소셜링, 단기임대, 공간대여, 인공지능(AI) 라벨링, 유튜버 등 분야는 제각각이지만 저자는 몇 가지 공통점을 추려낸다. 이들은 자신이 겪은 불편이나 관심사에서 시작했고, 초기에는 수익화보다 나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얼어붙은 미술시장에 훈기를 불어넣던 봄바람이 잠깐 멈춘 걸까. 상승세를 타던 올해 미술품 경매시장 분위기가 5월을 앞두고 한풀 꺾인 모양새다. 양대 옥션의 4월 주요 경매에서 거장의 작품마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되는 등 시장 반등 기대감에 제동이 걸리면서다. 쌀쌀했던 4월 경매시장26일 미술계에 따르면 서울옥션이 지난 23일 진행한 ‘제178회 미술품 경매’가 낙찰률 55.66%를 기록했다. ‘컨템포러리 아트 세일(Contemporary Art Sale)’ 이름으로 연 지난달 오프라인 경매에서 기록한 낙찰률(67.5%)과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출품작 평균가격대가 낮게 형성되긴 했지만, 낙찰총액도 28억 원으로 114억 원을 기록했던 지난달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서울옥션은 계절에 맞춰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화사한 풍의 작품을 중심으로 출품작을 꾸렸다. 이 중 일본 인기 작가 아야코 록카쿠의 ‘Untitled’가 4억 5000만 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이마저도 당초 추정가(5억~8억 원)에 미치지 못한 가격에 낙찰됐다. 분홍빛 색감이 돋보이는 하종현의 ‘Conjunction 20-25’(1억 5000만원)와 김종학의 ‘무제’(2000만원)도 시작가에서 거래를 마쳤다.실험미술 거장 이건용의 작품 중 처음 경매에 오른 ‘달팽이 걸음’은 2억~3억 원의 추정가를 달고 나왔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퍼포먼스로 나온 결과물이란 독특한 성격 탓에 세간의 관심을 샀지만, 해당 가격이 제값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단색화 거장 이우환의 ‘Correspondance’(5억4000만~9억원)도 유찰됐다. 남관의 ‘해바라기’가 추정가 상단인 1700만원에 낙찰되는 등 일부 작품은 경합 끝에 높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