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 한경서평위원회 선정
저자 : 헨리조지
역자 : 김윤상
출판사 : 비봉출판사

미국의 저명한 사상가이자 교육자이었던 존 듀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상가의 한 사람으로 헨리 죠지를 꼽는데는 열 손가락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1백여년 전인 1897년에 발간된 이 책은 당시 학자들 뿐만 아니라 세인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영국과 미국에서만도 2백만부 이상이 팔렸고 세계
8개 국어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요즈음에도 책이 2백만부 이상이 팔린다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니
"진보와 빈곤"은 대단한 인기를 얻었던 책이라고 할 수 있고, 물론
오늘날에도 많이 읽히는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보통사람에게 간절하게 호소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경제학책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경제학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이 책은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셈이다.

중국의 국부로 추앙되는 손문도 이 책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아 그가
설립한 국민당의 강령에 헨리 죠지의 사상을 반영하였고 그 전통은 오늘날
대만정부의 토지정책에 이어오고 있다.

이 책은 제목이 시사하듯이 헨리 죠지를 고심케 한 우리 인류의 문제는,
산업혁명이래 눈부신 기술진보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우리사회에
엄청난 물질적 풍요와 극심한 빈곤이 함께,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진보와 빈곤"은 이에 대한 헨리 죠지의 고심의 결과이다.

이 책 속에는 창백한 지성인으로서의 고심이 아니라, 가족의 끼니를
마련하기 위해서 수없이 일거리를 찾아 헤매어야 했던 그의 실의의 체험,
최저 생계비에도 미달하는 박봉을 감지덕지해야 했던 그의 비참한 생활에서
우러나온 밑바닥 인생의 고심이 면면이 담겨 있는 눈물겨운 책이다.

헨리 죠지는 그 자신의 어두운 생활체험에도 불구하고 인류 사회의
무한한 진보 가능성을 신봉하였다.

그는 대자연의 인색, 척박한 자연적 조건이 빈곤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맬서스처럼 인구 증가 때문에 빈곤이 고질화된다고 보지도 않았다.

인간은 그가 먹을 식량보다는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태어나는 까닭이다.

풍요와 빈곤이 공존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제도,
특히 분배의 정의를 저해하는 제도에서 찾아야 한다고 그는 단언한다.

빈곤의 문제나 빈부격차의 문제를 우리 인간사회 밖에 있는 요인,
따라서 숙명적 요인의 탓으로 돌렸던 당시 지도계층 엘리트들과 달리
헨리 죠지는 그런 문제들이 우리 인간사회 내부의 요인 탓임을 분명하게
밝혔고 이런 점에서 그는 마르크스와 궤를 같이 한다.

그러면 왜 우리 사회에 분배의 정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는가?

그 원인은 헨리 죠지는 토지의 소유 및 이용을 둘러싼 사회제도에서
찾았다.

헨리 죠지는 토지이용으로 인한 이익은 결국 사회전체가 공동으로
노력해서 얻은 진보의 열매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지대는 사회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헨리 죠지가 강조하는
메시지이다.

사유재산제도하에서 지대를 사회가 공유하는 한 가지 효과적인 방법은
세금으로 토지소유자들에게 귀속되는 지대를 1백% 흡수해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사회가 진보함에도 불구하고 빈곤이 퇴치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인 지가상승과 토지투기를 근절할 수 있게 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헨리 죠지의 "진보와 빈곤"은 국내에서도 완역은 아니지만 한 두 차례
번역되었던 것으로 필자는 기억한다.

그러나 이번에 이 책을 완역한 경북대의 김윤상교수는 토지전문가이면서
또한 헨리 죠지의 사상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고 평소 그의 사사의
전파에 노력을 많이한 분으로 필자는 알고 있다.

좀 뒤늦은 감은 있지만 가장 적합한 학자에 의해 헨리 죠지의 "진보와
빈곤"이 완역되었음은 퍽 다행한 일이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정전 <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