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날씨가 어깨를 짓누르는 계절.

쓸쓸함 우수와 같은 어두운 감상이 느껴질 때 차라리 슬프고 비장한
음악을 들으며 감정에 푹 빠지는 것이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일 수 있다.

이런때 가장 좋은 음악의 하나가 레퀴엠(장송곡).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깊고 웅장한 소리를 들으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짚어보면 일상의 웬만한 문제들은 별것 아니라고 생각되지 않을까.

모차르트 포레 슈만의 레퀴엠을 담은 음반 3종이 한꺼번에 나왔다.

헝가로톤 레이블이 내고 삼성뮤직이 판매하는 이 시리즈 음반은 같은
"진혼"이라는 주제를 작곡가들이 어떻게 다르게 표현했는지를 비교 감상할
수 있어 각별히 흥미를 끈다.

레퀴엠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안식을 취하도록 기도하는 진혼미사곡.

"입당송과 키리에" "봉헌송" "거룩" "자비로우신 예수" "진노의 날"
"트럼펫소리를 들으라" "공포의 왕이시여" "기억하소서" "눈물흘리라"
"날 구원하소서" "낙원으로" "하나님의 어린양" 등 12곡의 전형적인 구성
요소를 갖추고 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 K.626"은 모차르트 말기 작품.

바로크시대 음악의 구조를 갖춘 원숙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영원한 빛을 그들에게 비추소서"라는 가사가 시작(제1곡 "키리에")과
끝(제12곡 "아뉴스 데이(주의 어린양)")을 관통한다.

연주는 헝가리국립오케스트라(지휘 야노스 프렌칙)와 헝가리 라디오
텔레비전합창단.

가브리엘 포레의 "레퀴엠D단조 작품48"은 전통적인 레퀴엠 형식과 다르게
"자비로우신 예수"만을 남기고 극적인 곡들("진노의 날" "공포의 왕이시여"
등 5곡)을 생략, 7곡으로 구성했다.

포레가 부모의 죽음을 애도해 만들었으며 특유의 부드러운 선율과 섬세한
화성이 특징이다.

톰킨스성악앙상블과 부다페스트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

앞의 두 작품에 비해 잘 알려져있지 않았던 로버트 슈만의 "레퀴엠 148번"
은 다른 작곡가의 레퀴엠에 비해 종교적 색채가 약하며 풍부하고 낭만적인
화성이 특징이다.

연주는 헝가리국립오케스트라와 부다페스트합창단.

< 조정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