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이 운명을 결정짓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화 "슬리퍼스"의 네 소년도 마찬가지.

빵대신 핫도그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들은 현대사회가 낳은 또하나의
장발장이다.

별 생각없이 시작한 "핫도그 서리"가 살인으로 번지면서 소년원에 수감된
아이들은 악랄한 간수 녹스(캐빈 베이컨)로부터 온갖 수치와 성폭행을
당한다.

이들이 키운 것은 분노와 상처.

14년후 마이클(브래드 피트)은 검사가 되고 로렌조(제이슨 패트릭)는
신문기자로 변신하지만 나머지 둘은 지난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마약과 폭력의 그늘아래서 배회한다.

사건은 이들 둘이 우연히 레스토랑에서 마주친 녹스를 살해하면서
급반전된다.

마이클은 살인죄로 기소된 이들을 구하기 위해 사건을 자임, "져주기
재판"에 나서고 로렌조가 이를 거든다.

진짜범인은 법의 사각지대에 도사린 폭력이라는 걸 증명하는게 그의 몫.

목격자 진술이 잇따르고 상황이 불리해지자 로렌조는 어린시절 정신적인
지주였던 바비신부(로버트 드 니로)를 찾아가 "밤마다 절규하며 신을 찾던
네 소년의 비극"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한다.

절대적인 신망을 받는 바비신부의 증언이라면 배심원들의 마음을 돌릴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부의 침묵이 길어지는 가운데 변호사(더스틴 호프만)는 과거 녹스의
동료였던 간수를 증언대에 세워 "소년원의 참상"을 끌어내지만 무죄판결
사유로는 부족하다.

마지막 순간, 법정에 들어선 바비신부의 증언이 "법전 갈피에서 발견한
마른꽃잎"처럼 가슴을 울린다.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마친 그는 잔잔한 어조로 "진실"을 말한다.

"그때 이들은 나와 농구경기를 보고 있었죠.

입장권이 여기 있어요"

법적 진실과 사회적 정의 사이에 들이댄 볼록렌즈.

신부의 행동에 주제가 압축돼 있다.

(7일 명보 씨티 반포 롯데월드 브로드웨이 씨네하우스 신촌그랜드 개봉)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