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의 "만종"은 왜 유명한가.

많은 사람들이 이 그림이 무엇 때문에 오랜 세월동안 인구에 회자되는지
잘알지 못한다.

대부분은 별다른 의심없이 "훌륭한 그림이기 때문이겠지"라고 생각한다.

물론 "만종"은 아름다운 그림이다.

그러나 "만종"이 유명한 것은 단지 좋고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그림이었다.

밀레(1814~1875)와 코로를 중심으로 한 바르비종파가 생겨나기 전인 19세기
초까지 유럽의 회화란 주로 귀족과 종교를 위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그림은 아틀리에에서 그려졌으며 소재 또한 귀족적이고 정적인
것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83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련의 화가들이 프랑스 파리근교 퐁텐블로의
시골마을 바르비종에 모여 농촌풍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바로 바르비종파라는 근대 풍경화가그룹이다.

이들은 아틀리에에서 벗어나 자연속에 캔버스를 놓고 풍경이나 동물의
형태를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밀레는 이중에서도 특히 자연과 그속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 즉 농부
의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귀족이 아닌 서민도 화폭속에 등장할수 있음을
보여줬다.

1859년작인 "만종"이 유명한 것은 바로 이처럼 시대적 틀을 깨고 건강한
근로자의 모습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다.

물론 대상에 관계없이 화면 전체에 종교적 정감과 서정성을 부여함으로써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세월의 흐름에 관계없이 정겹고 친근한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것도 이 작품이 미술사에 굵은 획을 긋고 있는 중요한 요인임에
틀림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