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으로 둘러싸인 동지나해는 난류와 한류, 담수와
바닷물이 교차돼 세계에서 손꼽히는 황금어장.

우리 식탁에 오르는 생선중 조기 꽃게 장어 등은 대부분 여기서 잡힌다.

최근 이 지역의 꽃게잡이를 둘러싸고 중국어선과의 마찰이 심각해지고
경제수역 선포, 한중어업협정 체결문제 또한 현안으로 대두되면서
중국당국의 감시가 강화됨에 따라 우리 어선들의 활동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

이같은 시점에서 KBS1TV가 여름특집으로 7일 방송한 다큐멘터리 "동행취재,
부경호 출어기"는 시의적절한 기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KBS 창원방송총국(최우철PD)이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동지나해를 일터로
삼고 있는 장어잡이어선 "부경호"의 출항전 준비과정부터 귀항까지 전과정을
소개한다.

동지나해에서 45일에 걸친 부경호의 어획작업을 동행취재, 통발을 이용한
장어잡이과정과 선원들의 고단한 노동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하루에 두번씩 3시간밖에 자지 못하는 데서 오는 피곤함및 변덕스런
날씨와 싸우며 장어잡이에 몰두하는 선원들의 모습을 단순한 카메라움직임을
통해 과장없이 잡아낸다.

제작팀은 또 중국근해에서 단속의 위험을 무릅쓰고 조업중인 어선과 중국
해적을 만나 힘들여 잡은 꽃게를 다 내주고도 일정을 늘여가며 계속 작업
하는 어선을 만나 갈수록 악화되는 환경에서도 이곳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의 힘겨운 삶을 소개한다.

그러나 정작 TV화면은 조업과정과 선원들의 일상에 대한 피상적인 관찰에
머무를 뿐 그들이 겪는 애환을 깊이있게 보여주지 못한다.

중국과의 마찰을 다루는 부분도 뉴스보도수준에 머물러 이 지역을 생활
터전으로 삼는 사람들의 위기의식을 드러내는 데 실패했다.

전체적인 기획의도나 장기간에 걸친 취재노력은 높이 살만하지만 밋밋한
구성과 보다 심층적으로 주제에 접근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을 남는다.

< 송태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