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라디오의 "전설따라 삼천리"는 장수프로그램이자 최고의 인기프로그램의
하나로 꼽힌다.

65년부터 15년간 지속된 이 프로그램은 성우 고유기현씨의 구수한 해설로
국내 곳곳의 전설을 들려줬다.

제작진들은 산신령이 나타나는 소리, 마귀가 우는 소리등 기상천외의
효과음을 만들어내느라 고생을 했다고 한다.

이 프로는 77년 KBS TV의 "전설의 고향"이라는 제목으로 이어졌다.

KBS가 납량특집으로 과거 방송분중중 몇편을 골라 현대적 감각을 가미,
새롭게 제작한 "96전설의 고향"(수.목 오후9시45분)이 방송 1달여만에 인기
프로그램으로 떠올라 "전설의 고향"에 대한 시청자들의 향수가 만만찮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96전설의 고향"은 또 종래 제작진이 애를 먹은 효과음과 첨단영상을
컴퓨터그래픽등 첨단제작기법을 통해 만들어냄으로써 보다 리얼한 화면을
제공, 예전프로를 본 성인시청자들은 물론 청소년층의 호응도 얻고 있다.

17일부터 이틀간 방영된 "깽이바다"도 이런 측면에서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

경남 김해 앞바다인 깽이바다에 얽힌 사연을 담은 이 프로그램은 바다바람
소리와 어두운밤 인적을 절묘하게 연출했는가 하면 무사 검군의 아내가
죽으면서 사라지는 장면을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신비롭게 그려냈다.

특히 검군과 깽이의 무술싸움 장면도 첨단영상기법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사건의 전개는 스릴과 공포가 넘치는 납량특집물에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무술극이나 사극정도로만 비친 점도 있었다.

전설의 고향은 무협소설에 바탕을 둔 사극이 아닌 어디까지나 전설이며
시청자들은 전설이 가지는 흥미와 신비감에서 재미를 찾는다는 점을 제작진
은 유의해야 할 것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