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비극적인 얘기도 월트디즈니의 손을 거치면 해피엔딩이 된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유머가 넘치고 낙천적이며, 환상적인 색감과 선율을
타고 ''아름다운 영웅''으로 재창조된다.

''지구촌 영화가족''을 겨냥한 디즈니의 흥행전략이다.

34번째 작품인 ''노틀담의 꼽추''에서도 이 전략은 변함없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것.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캐릭터에서 드러난다.

원작속의 콰지모도는 귀머거리이자 벙어리지만 이 영화에서는 뛰어난
유머감각과 유창한 말솜씨를 지닌 인물로 거듭났다.

집시무희 에스메랄다는 초록색 눈동자에 커다란 황금귀고리, 넘실거리는
머리결을 가진 20세기판 섹시스타로 그려졌다.

여기에 화려한 색채감각이 더해진다.

원작이 흑백위주의 침침한 분위기였던 것과 달리 여기서는 붉은 색을
바탕색으로 삼아 장중하고 신비스런 느낌을 강조했다.

축제장면과 횟불행렬, 집시무희의 옷차림 등이 같은 톤으로 이어지며
생동감을 불어 넣는다.

이같은 활력은 웅장한 음악으로 인해 더욱 잘 살아난다.

도입부에 나오는 ''노틀담의 종소리''와 ''단 하루라고 저 아랫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다''는 콰지모도의 발라드풍 노래는 가슴을 찡하게 한다.

선악의 대비를 음악으로 표현한 ''천상의 빛''과 ''지옥의 유황불'', 돌조각
친구들이 콰지모도를 위로하며 부르는 ''당신같은 남자''도 매혹적이다.

컴퓨터합성 이미지의 활용도 돋보인다.

만우제의 축제마당에서 색종이가 뿌려지는 모습과 수천명의 군중이
압제자에 항거하는 장면 등은 입체적인 시각효과를 살리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아쉬운 대목도 눈에 뛴다.

주인공 콰지모도를 너무 희극적으로 변형시키는 바람에 슬픔과 환희를
수용하는 감정의 진폭이 줄어들었다.

에스메랄다의 태도가 콰지모도와 호위대장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설정된
것도 주제를 흐리게 한다.

6일 서울 녹색 명화 시네마천국 개봉.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