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위기와 문화의 전환" ( 박이문 저 민음사 간 ) 중
"문화개방과 주체성"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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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최근 귀에 못이 박히게 들리는 "세계화" 혹은 "국제화" 구호는 우리가
개방세계에 살게 됐음을 새삼스레 알려주는 말이다.

개방된 대양에서 서로 다른 파도와 물결이 해일처럼 격렬하게 부딪치고
밀려온다.

이러한 바다에서 우리의 파도와 물결이 다른 선진국, 서양의 파도와
물결밑으로 깔리고 밀릴 위험을 안고 있다.

문화개방으로 "토지"보다는 "쇼군"을 더 읽고, "서편제"보다는 "서부활극"
을 더 구경하고, "아리랑"보다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압도적 갈채를 받고,
"곰탕"간판이 "햄버거"간판으로 대치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중략)

한 문화의 진보 발전은 폐쇄적이 아니라 개방적으로 다른 문화에 열려
있어야 이루어진다.

또 문화전통의 발전적 성장은 기존 전통에 대한 투명하고 투철한 주체성
이라는 토양을 지속적으로 일굴때만 가능하다.

X세대들이 정신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특히 걱정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