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많지만 교사는 드물다"고들 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고단한 삶의 현장 모두가 배움터이자 스승이다.

교실밖은 또다른 학교다.

"위험한 아이들"(감독 존 스미스)은 바로 이 평범한 교훈을 깨우쳐주는
삶의 교과서다.

루앤 존슨의 실화.

빈민촌의 험악한 교육현장에서 참된 사랑을 가르치는 한 여교사의
눈물겨운 얘기를 담고 있다.

존슨(미쉘 파이퍼)은 9년간의 미해병대 여군장교생활을 마치고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새인생을 시작한다.

정교사자격증도 없이 교생실습에 나선 그녀는 문제학급인 아카데미반
담임을 맡아 궁핍과 반항심으로 얼룩진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려
노력한다.

그러나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악동들이 쉽게 말을 들을리 없다.

결국 그녀는 아이들을 가르치기보다 그들속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가라데 시범을 보이고 청룡열차를 함께 타면서 교사와 학생의 경계를
허문다.

그녀가 아이들에게 딜런 토마스의 시를 읊어주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왜 하필 딜런 토마스인가.

아까운 나이에 요절한 이 영국시인은 젊은 시절 방탕과 좌절로 고통받는
중에도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썼다.

토마스는 위험한 아이들과 닮은 점이 많다.

그래서 그들은 "무덤"과 "인생의 굿나잇"속으로 쉽게 주저앉지 말라는
싯귀에 차츰 공감한다.

실패에 익숙한 아이들을 좌절에서 벗어나게 하는 힘은 운명에 대한
극복의지.

그녀가 가난한 학생을 위해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기회를 마련하고,
돈이 없어 외상으로 점퍼를 살수밖에 없었던 그에게 200달러를 빌려주며
붙인 조건은 "졸업"이었다.

난생 처음 사랑을 알게된 악동들은 마침내 학교를 떠나려는 선생님에게
토마스의 싯귀를 인용, 그들 곁에 머물게 한다.

미쉘 파이퍼의 상큼한 이미지와 연기경험이 없는 아이들의 눈빛이
활기를 더한다.

( 30일 중앙/시네하우스/힐탑/롯데월드 개봉예정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