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빨리 찾아오면서 서점가에 일찍부터 납량소설 붐이 일고 있다.

가볍고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찾는 독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출판사들도
여름철 비수기에 대비, 미스터리공포물들을 앞당겨 출간하고 있기 때문.

세계공포걸작선 "어둠의 묵시록"(엘러리 퀸외저 한뜻간)과 장편 "기계"
(르네 벨레토저 열린책들간)"늑대의 키스"(짐 셰퍼드저 고려원간)등이 동시
에 출간됐고 이미 나와있던 "공포미스터리 초특급"(스티븐 킹저 명지사간)
"호러 사일런스"(미첼 슬렁편 고려문화사간)"토탈 호러"(로버트 블록 외저
서울창작간)등을 찾는 사람들도 부쩍 늘고 있다.

번역물이 주를 이루는 이들 공포추리물은 살인사건 해결이라는 단순구조
에서 벗어나 인간의 감춰진 마성이 기계문명과 만났을 때의 문제등을 복합
적으로 다룸으로써 20대는 물론 40~50대까지 독자층을 넓혀가고 있다.

"어둠의 묵시록"은 서양의 할로윈데이에 얽힌 사건들만 모은 우수단편집.
12편중 도로시 커넬의 "1년전"은 가장무도회를 소재로 한 작품.

축제가 열리던 날 밤, 혼자 계단을 내려오던 부인은 침실에서 흘러나오는
여자의 신음소리를 듣고 창가로 다가간다.

격렬한 정사장면을 목격한 그녀는 곧이어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발코니
아래로 떠밀려 죽는다.

그러나 그녀가 본것은 정사장면이 아니라 살인장면이었고 가면을 쓴 범인
은 다름아닌 그녀의 남편이었던 것.

"기계"는 범죄심리와 에로티시즘, 공상과학요소가 가미된 스릴러물.

정신과의사인 마르크가 다른 사람의 뇌에 있는 기억을 알아내는
심리컴퓨터기계를 개발, 정신병환자 지토를 상대로 실험하던중 두사람의
영혼이 완전히 뒤바뀌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자기몸으로 돌아오기를 거부하는 지토는 마르크의 아내와 애인을 죽이고
더 큰 음모를 꾸민다.

"늑대의 키스"는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를 낸 여인과 그 아들이 겪는 고통
을 다룬 장편.

남편에게 배신당한 한 여인이 한적한 도로에서 조직범죄의 일원인 남자를
치어 죽인뒤 겪는 파멸의 과정이 극적인 반전을 거듭하며 전개된다.

"공포미스터리 초특급"에서는 금방이라도 유령이 나올 것같은 폐허속의
지하실에서 새끼를 낳는 쥐의 눈빛이 괴귀영화처럼 오버랩되면서 독자들을
전율케 한다.

"호러 사일런스"에는 변태성욕과 마약범죄등을 다룬 17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태로 들어있다.

불감증에 시달리는 남자가 중세의 해골 에이프라와의 접촉을 통해 성욕을
회복하는 얘기등이 모자이크돼 있다.

"토탈 호러"에는 샌드킹이라는 동물을 매개로 한 조지 마틴의 공포소설과
히치콕감독이 제작한 영화"사이코"의 원작 "지옥으로 가는 열차"등이 수록
됐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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