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소설이 국내에서 처음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신예작가 이재 씨(35)가 우리나라 첫프로골퍼 연덕춘씨의 일대기를 줄기로
한 장편 "날자 알바트로스여"(비룡소간)를 펴낸것.

알바트로스는 원래 가장 멀리 나는 바다새의 이름.

골프용어로는 파5홀에서 두번만에 홀인하는 것을 말한다.

이소설은 주인공 장호연이 옛연인 한숙희로부터 편지를 받고 지난 시절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30년대중반 서울능동의 경성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던 장호연은 아버지와
함께 골프장에 온 한숙희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이때부터 프로골퍼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우연히 만난 김강호회장의 배려로
캐디일을 하는 틈틈이 골프를 칠수 있는 연습생 골퍼가 되고 첫 공식대회인
"한성회 친목대회"에서 4강에 진출한다.

이 대회를 계기로 둘의 사랑은 뜨거워진다.

몇년뒤 김회장의 소개로 일본 골프유학길에 오른 그는 온갖 차별과 멸시를
딛고 마침내 조선인 최초의 프로골퍼가 된다.

뒤따라온 한숙희와 만난 그는 그녀의 어머니가 결혼을 반대하자 북해도로
사랑의 도피여행을 떠난다.

이후 그녀는 어머니를 피해 서울로 가고 그 또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고초를 겪다가 일본군에 입대하는 조건으로 풀려난다.

영장을 받은 그는 일본오픈대회에 출전할 최소한의 시간밖에 없는 긴박한
상황에 직면한다.

드디어 41년5월 일본오픈에서 감격의 우승컵을 거머쥔 그는 그날밤 서울로
도피, 전쟁이 끝날때까지 농촌에 파묻힌다.

해방이 되자 한숙희를 만나 결혼하려 하지만 그녀의 집안이 친일파로 몰려
파산하는 바람에 영영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40년이 흐른 후 그녀로부터 편지를 받은 것이다.

그와 그녀사이의 딸이 결혼하게 됐으니 미국으로 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야기는 그가 그녀에게 "한없이 그립소"라고 시작되는 답장을 쓰면서
끝난다.

이 소설은 스포츠소설이 거의 없는 국내현실에서 소재의 영역을 넓혔다는
것외에 우리나라 골프의 역사와 초창기 경기방식, 프로골퍼에 대한 사회의
인식등을 치밀한 고증을 통해 복원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큰 것으로 평가
된다.

특히 한 개인의 비극을 현대사의 명암과 잘 접목시킴으로써 작품의 완성도
를 더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가 이재정씨는 골프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