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노부모가 자기를 스스로 보살필수 없게되면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것을 당연한 의무와 책임으로 생각하고 있지요"

현대사회의 효에 대해 고찰한 "새시대의 효"(연세대학교 출판부간)를 펴낸
성규탁교수(65.연세대 사회사업학과)는 노인부양을 가족책임으로 보는 것은
외국에서 보기드문 우리전통의 미덕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유럽국가들이 안고있는 최대고민중 하나가 가족기능의 약화입니다.
사회보장제도가 아무리 강화돼도 가족 개념이 사라져 노인문제가 심각
해지고 있죠. 그러나 우리는 효사상을 갖고 있음으로써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줄이고 가족간 화합을 도모할 수있는 것이지요"

이책은 우리 전통사상의 하나인 효를 둘러싼 변화과정을 사회학과 사회
복지학적인 측면에서 다룬 것.

부모를 부양하는 태도의 세대간 차이, 가족주의적 성향과 부모부양의식,
노부모가 필요로하는 서비스, 노인들을 위한 사회적 지원망등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측면에서 효를 고찰했다.

특히 각종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한 효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식자료등도
싣고 있다.

노년학의 주요과제인 노부모와 성인 자녀간의 상호지원관계도 집중적으로
다뤘다.

"효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교호적으로 지원하는 관계가 돼야 바람직
스러워요. 이를 사회복지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노부모와 자녀가 서로
존중하면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주고받는 관계로 설명돼죠"

맹자도 "네가 부모에게 효를 하지않고 효를 받을 생각을 하느냐"고
말했다고 성교수는 강조한다.

"최근 가족의 크기가 작아지고 부모와 자녀가 떨어져 지내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종전과같은 부모봉양은 어렵게 되고 있어요. 이럴때 필요한
것이 비공식지원망이지요"

가족중심지원체계에서 벗어나 이웃이나 친척, 친구등으로 지원체계망을
넓혀 나가야 한다는 것이 성교수의 얘기이다.

물론 노부모에 대한 의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개인과 가족이 많아지므로
인해 정부에서 이들을 위한 각종 사회복지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여성에 대한 사회전체의 시각도 달라져야 해요. 노인부양의 주역은
다름아닌 여성이니까요. 지금까지 노부모와 가족을 위한 여성의 봉사는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앞으로는
가정에서부터 여성들의 권한과 발언권을 존중하고 이들의 희생을 줄이는
방안을 가족과 사회가 함께 강구해 나가야할 것입니다"

기업들도 필란스로피(기업이익의 사회환원)차원에서 노인문제에 대한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책은 95년 연세대 사회과학분야 학술저서상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성교수는 서울대 정치학과및 미국 미시간대 사회사업학과대학원을 졸업
했으며 한국사회복지학회장 한국노년학회장등을 역임했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