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성사단. 전문프로덕션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국내영화계에서
드물게 많은사람이 이름을 기억하는 제작사다.

85년 공식출범해 "고래사냥" "어미" "접시꽃당신" "성공시대" 같은
히트작을 냈다.

배창호 박철수 장선우 강우석 감독이 연출역량을 키운 곳도 바로 이곳.

이 황기성사단이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한석규 김혜수 주연의
"닥터봉"을 제작하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월초 극장개봉 예정입니다.

신예 이광훈감독의 참신한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기대해도
좋습니다"

서울 동소문동 사무실에서 만난 황기성(57)대표는 "닥터봉"을 통해
황기성사단이 다시 용트림하는 모습을 볼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올해를 황사단 제2기 출발점으로 생각한다는 그는 앞으로 극영화
제작에만 몰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0년이상 영화기획을 하면서 영화를 만드는게 마치 독립운동하는 것
같았다는 그는 한국영화계가 극복해야할 가장큰 문제로 기반투자의
부족을 꼽았다.

"영화는 고도의 테크닉을 요구하는 산업입니다.

최고의 자본 인력 기술이 합쳐져야 최고의 영화가 나옵니다.

한사람의 역량있는 감독을 만드는데 10년이상 필요하고 최고의 제작
기술을 갖추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죠"

그래서 그는 오래전부터 대기업의 영화산업 진출을 주장해왔다.

"대기업이 영화산업에 필요한 기반투자를 해주기를 바랬죠. 아직
까지는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입니다.

서둘러 눈에 보이지않는 투자를 늘려주었으면 합니다.

대기업이 못하면 정부라도 발벗고 나서야죠"

황사장은 그렇지만 우리영화계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우리영화의 앞날은 정부와 기업, 영화계가 영화산업을 어떻게 바라
보느냐에 달려있죠.

다행히 영화산업을 바라보는 각계의 시각이 변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변여건이 갖춰져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10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수인력의 영화계진출 증가도 우리영화의 앞날을 밝게하는 일이라고.

황대표는 또 청소년영화에 관심이 많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그래 가끔은 하늘을 보자"
"열일곱살의 쿠데타" 등을 제작한 그는 앞으로 영화사안에 "청소년
영화팀"을 설치, 공중파 TV나 케이블TV용 청소년영화 제작을 전담케
할 작정이다.

황기성사단은 올해안에 2편의 영화를 더 제작할 계획.

황사장은 좌우명 "필사 생 필생 사"를 앞세우고 재도약을 다짐했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