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혁명가와 동성연애자는 한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기성사회에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것이 그것이다.

22일까지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되는 "거미여인의 키스"는 사회적으로
소외당한 정치혁명가와 동성연애자의 사랑을 다루고있다.

산울림극장이 "해외명작시리즈" 두번째 작품으로 무대에 올린 "거미여인의
키스"(마누엘 피그작)는 정치혁명가 발렌틴과 동성연애자 몰리나가 같은
방에 갇혀 서로 상대방의 세계를 이해하고 끌어안게 된다는 줄거리. 이
연극의 매력은 인간의 근원적인 화해와 사랑을 전혀 다른 두 인물을 내세워
표현한 데 있다.

남자와 함께 살기를 바라는 몰리나는 정치혁명가 발렌틴에게서 정보를
입수하는 첩보원의 역할을 맡아 발렌틴과 같은 방에 수감되지만 발렌틴
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끼게 돼 첩보원 노릇을 거절한다.

발렌틴 역시 처음에는 몰리나를 경멸하지만 곧 그의 세계를 이해하면서
서로 화해한다.

연극은 물론 영화로도 성공한 이 작품은 현재 뮤지컬로 만들어져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중이다.

여자의 손놀림,목소리,자세를 재현해 내는 몰리나역의 안석환씨와
헝클어진 머리와 거친 목소리로 투사의 삶을 그려내는 발렌틴역의
남명렬씨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2평정도의 좁은 공간만을 사용한 무대는 감옥을 사실적으로 나타낸다.

화~토 4.7시,일 4시 공연.

<권성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