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럽지 않은 사회적 지위와 곧 첫 아이를 낳아줄 어여쁜 아내가 있는
당신이 어느날 갑자기 사망선고를 받는다면. "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술로
나날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천국에 가기위해 늦기전에 교회라도 나갈
것인가.

영화"마이 라이프"는 이 "끔찍한" 질문에 "깜찍한" 해답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 아빠 없이 자라게 될 아이의 인생 지침서를 대신해 줄 비디오
테잎을 만들어 본다는 것이다.

영화사 홍보실장 밥 존스(마이클 키튼)는 주위로 부터 "성공한 30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그의 아내 게일(니콜키드만)
의 첫 출산을 앞두고 둘은 한껏 부풀어 있다.

그러나 이들의 행복이"질투의 여신"을 삐치게 했을까. 암에 걸린 밥이
의사로부터 "인생끝" 판정을 받은 것이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생애 대한 강한 집착을 갖고 있는 밥은 병마와 싸우는 한편, 아이에게
줄선물로 자신의 인생에 대한 비디오 테잎을 채워 나간다. 밥은 우선
그와 사이가 좋지 않은 가족에 대해 얘기한다.

일벌레 아버지 빌, 야망이 없다고 그가 늘 비웃었던 동생 폴, 게일과
결혼한 후 한번도 집에 찾아온 적이 없었던 어머니 로즈등 자신의 가족을
흉보는 동안 밥은 역설적으로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된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이바노비치"라는 이름을 버리고 출세를 위해
"존스"로 성을 고쳤던 그는 가족을 창피하게 여겻던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가를 뉘우친다.

이 테잎에는 얼핏보기엔 하찮은 일 같지만 맛깔진 삶을 위해 꼭 알아둬야
할 인생기법도 코믹하게 섞여 들어간다. 마이클 조단처럼 농구를 잘할 수
있는 법, 자신처럼 예쁜 여자를 얻을 수 있는 재주, 남의 집을 방문했을
때 가슴을 내밀지 않고 인사해야 한다는 예절, 태우지 않고 닭튀김을 요리
할 수 있는 방법 등.

죽음에 직면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깨닫는 한 인간의 모습과 부성애가
눈물만이 아니라 웃음도 줄 수 있도록 그려졌다. 극장문을 나설 때
아버지와 불편했던 일,아내나 애인과 싸웠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를
것이다.

"사랑과 영혼"의 각본을 쓴 브루스 조엘 루빈의 감독 데뷔작. "배트맨"의
마이클 키튼과 "맬리스"의 니콜 키드만의 열연이 돋보인다.

(카펠라필름제작, 동보흥행수입.배급, 스카라, 힐탑시네마 상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