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계열사인 스테이지파이브를 통해 알뜰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가 가진 플랫폼과 알뜰폰 서비스를 결합하는 방법으로 이용자 확대를 꾀하고 있다. 통신사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플랫폼 업체들이 알뜰폰 시장의 ‘메기’ 역할을 맡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뜰폰에 진심인 카카오…"플랫폼 총동원"

알뜰폰 행보 빨라진 카카오

2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스테이지파이브는 최근 자사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카카오페이 포인트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스테이지파이브의 알뜰폰 요금제, 로밍 서비스에 가입하거나 친구 추천을 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카카오페이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지난 15일에는 카카오페이 플랫폼 내 통신·로밍 메뉴를 추가해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카카오페이 앱은 물론 카카오톡 내에서 스테이지파이브의 요금제를 살펴보고 가입까지 할 수 있다.

카카오가 가진 인공지능(AI) 기술도 접목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AI 엔진 ‘카카오i’를 적용해 번호이동 사전동의 요청, ARS 또는 문자 인증, 사전동의 진행 등 개통 절차를 간소화했다.

스테이지파이브는 2015년 설립됐다. 사업 초기에는 키즈폰, 키즈 워치 등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2017년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투자를 받으면서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됐다. 2020년 알뜰폰 브랜드 핀다이렉트를 내놨지만, 그동안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다. 작년 10월 기준 가입자는 3만3000여 명에 그쳤다.

업계에선 스테이지파이브가 올해 초 민원기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을 이사회 의장으로 영입한 이후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민 전 차관은 과기정통부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작업을 주도했다.

알뜰폰 통해 시장 재편 꾀하는 정부

알뜰폰을 둘러싼 시장 환경이 바뀐 것도 카카오 전략이 변화한 배경으로 손꼽힌다. 그동안 알뜰폰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는 SK텔링크(SK텔레콤 계열), 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KT 계열), 미디어로그·LG헬로비전(LG유플러스 계열) 등 통신 3사 자회사와 중소 업체로 구분할 수 있었다. 작년 11월 기준 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50.7%, 그 외 기업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 시장 과점 해소와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다. 여기에 통신 3사가 5G용으로 할당받은 28기가헤르츠(㎓) 대역에 투자하지 않아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통해 통신 3사 중심의 시장 구조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대형 사업자들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해 기존 자사 서비스와 결합한 새로운 상품을 선보인다면 굳어진 시장에 변화가 생겨날 것”이라며 “소규모 알뜰폰 업체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대형 알뜰폰 사업자가 등장하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금융권이다. 2019년 금융규제 샌드박스 형식으로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국민은행이 지난달 정식 인가를 받으면서 다른 금융회사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핀테크 기업 토스도 토스모바일을 통해 알뜰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