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관련 방역 규제가 크게 완화된 뒤 맞는 첫 가정의 달이다. 지난해까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데 제약이 많았다. 올해는 다르다. 자녀들과 마스크 없이 나들이를 나갈 수도, 코로나 걱정으로 쉽게 찾아뵙지 못하던 가족과 친지의 얼굴을 오랜만에 마주할 수도 있다. 긴 코로나19 유행 기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소중한 가족들의 건강도 다시 한번 돌아볼 시기다.

○아파도 괜찮다는 부모님, 질문·관찰로 확인

잘 지낸다고만 하시는 부모님·뚱뚱해지는 자녀…괜찮을까?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님 집을 방문한다면 부모님 건강을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부모님은 몸이 아파도 자식이 걱정할까 봐 말을 안 하고 넘어갈 때가 많다. 더 세심한 질문과 관찰이 필요하다.

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부모님의 영양상태부터 건강상태까지 전반적으로 살피기 위해 일곱 가지 질문을 던져보라고 권했다. 삼시 세끼는 잘 먹는지, 깜빡 잊어버리는 게 많은지, 최근 넘어진 적이 있는지, 평소 약은 잘 챙겨 먹는지, 술 담배는 얼마나 자주 하는지, 슬프거나 우울한 적이 있는지, 잠은 잘 자는지 등이다.

부모님 식사량이나 질이 떨어졌다면 이유를 꼭 여쭤봐야 한다. 나이가 들면 소화능력이 약해지고 흡수율이 떨어지는데, 여기에 약한 치아 탓에 고기나 단백질 섭취를 꺼리면 쉽게 단백 결핍이 생긴다. 변비도 매우 흔하다. 소화불량과 식욕 저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잘 지낸다고만 하시는 부모님·뚱뚱해지는 자녀…괜찮을까?
부모님의 인지 능력도 세심히 살펴야 한다. 노화 탓에 생기는 건망증과 달리 치매는 공간지각력, 계산능력, 판단능력 등도 함께 떨어진다.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생겼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부모님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약을 잘 챙겨먹는지 확인해야 한다. 복용지침을 지키지 못한다면 약봉지에 섭취 날짜를 적어놓거나, 휴대폰 알람을 맞춰주는 것도 방법이다. 장 교수는 “술을 먹으면 혈압약 및 당뇨약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며 “사흘 정도만 술을 끊어도 약효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부모님께 말씀드린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신건강도 확인해야 한다. 노인은 심리적으로 우울하거나 슬프면 모든 기능이 다 떨어진다. 장 교수는 “병원에서 설명되지 않는 불면증이나 통증, 소화불량을 호소한다면 노인성 우울증이 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며 “15일 이상 우울감을 호소하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자녀 ‘건강습관’도 바로 잡아야

잘 지낸다고만 하시는 부모님·뚱뚱해지는 자녀…괜찮을까?
날씨가 풀리면 아이들과 야외 나들이를 계획하는 부모가 많다. 아이들이 자전거나 킥보드,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타다 넘어지면 머리나 팔다리에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헬멧과 보호대 등 보호 장구를 꼭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

감기 등 호흡기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선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에 돌아오면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평소 아이들이 비염, 결막염, 천식 등을 앓고 있다면 바람이 심한 날은 외출을 삼가야 한다. 꽃가루 탓에 알레르기 질환이 악화할 수 있어서다.

3년간 이어진 거리두기로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아이들은 원격수업 등으로 스마트폰 및 컴퓨터 사용 시간이 늘고, 야외 활동시간이 줄면서 근시, 비만 등이 생기는 일도 많다.

근시를 막으려면 영상 시청 20분마다 적어도 50초는 창문 밖 등 4m 이상 떨어진 먼 곳을 쳐다보게 해야 한다. 2시간 넘게 충분히 햇볕을 쬐면 체내에서 도파민 분비가 늘어 근시 예방에 좋다는 연구도 있다. 눈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안과를 방문하고 만 3세 이후엔 매년 시력검사를 받는 게 좋다. 어린이 시력 발달은 만 8~10세 전후에 완성된다. 유치원 연령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 시력 관리를 잘해야 한다.

소아청소년기 비만은 지방간, 고지혈증, 당뇨병 등 성인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열량 고지방 음식 섭취를 줄이고 가까운 거리는 걷는 등 몸을 자주 움직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비만은 성조숙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성조숙증은 8세 이전 여아나 9세 이전 남아에게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성조숙증이 생기면 성장이 일찍 끝나 최종 키가 작아질 수 있다. 빠른 초경 등으로 자녀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성호르몬을 줄이는 주사로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을 받아 치료해야 한다.

○부부 간 배려화법으로 정신건강 챙기기

코로나19 탓에 외부활동이 줄면서 부부 사이 갈등도 늘었다. 갈등이 생겼을 땐 모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화할 때 ‘당신은 나를 매우 화나게 한다’라는 표현보다 ‘나는 이런 일 때문에 화가 난다’는 식으로 1인칭 표현을 쓰는 것을 권장한다.

평소 대화를 통해 ‘공감’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배우자가 경험하는 사건, 상황, 걱정에 대해 기분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것이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상대방이 말하는 것에 대해 ‘나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라고 반응해주면 된다”며 “이야기가 끝나면 더 이야기할 것이 없는지 물어보고, 상대방의 말을 다시 요약해 들려주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