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엔케이맥스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제임스 그라프 그라프 대표. 사진=최혁 기자
서울 여의도 엔케이맥스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제임스 그라프 그라프 대표. 사진=최혁 기자
제임스 그라프는 경력 12년의 스팩(SPAC) 전문가다. 자연살해(NK)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 기업 엔케이맥스의 미국 자회사 엔케이젠바이오텍은 지난달 그라프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스팩 그라프에퀴지션4호(Graf Acquisition Corp. IV)를 흡수합병키로 결정했다.

그라프에퀴지션4호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그라프 대표는 엔케이맥스와 합병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해 방한했다.

지난달 25일 엔케이맥스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스팩은 자금을 조달하고 미국에 상장할 수 있는 좋은(great) 기회”라며 “단기간 기업가치를 증명하기 어려운 바이오 기업들에게는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그라프 대표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팩이란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다. 기업공개(IPO) 대신 스팩을 흡수합병해 주식 시장에 우회 상장할 수 있다. 양사의 조건만 맞으면 비교적 안정적인 상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정식 IPO에 따른 상장심사 탈락, 수요예측 흥행 실패 등의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엔케이젠바이오텍도 스팩을 통한 미국 증시 상장을 노리고 있다. 그라프 에퀴지션4호를 흡수합병한 뒤, 뉴욕증권거래소 또는 나스닥에 ‘NKGN’이라는 종목코드로 상장될 예정이다.

그라프 대표는 “지금까지 수백개의 기업을 들여다보며 합병 대상을 정해왔다”며 “선정 기준은 우선 명확한(clear) 시장 수요가 있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지, 그리고 장기간 협력할만큼 좋은 질(quality)의 경영진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 간 미국에서 스팩 합병 ‘붐’이 일었다가 지금은 약간 소강된 상태”라며 “그 중에서도 바이오텍의 스팩 상장은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했다.

그라프 대표가 꼽은 대표적 성공 사례는 지난해 11월 나스닥에 스팩으로 상장한 뉴암스테르담파마다. 뉴암스테르담은 스팩 합병을 통해 약 3억28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 1월 개발 중이던 경구용 전이단백질(CETP) 저해제 ‘오비세트라핍’의 임상 2상 성공 소식을 전했다.

그는 “지난 2년 간 50개가 넘는 임상 단계의 바이오텍들이 스팩 합병을 통해 50억달러의 자금을 마련했다”며 “임상시험 등으로 몇 년 안에 기업가치를 명확히 증명하기 어려운 바이오 기업에게 있어 스팩은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바이오 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가 이뤄지는 분야다. 때문에 신약개발이나 기술수출 등 성과(레퍼런스)가 없는 벤처의 경우,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사업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라프 대표는 스팩 합병을 고민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에 기반을 둔 사업 모델은 미국 투자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며 “바이오텍과 합병하는 스팩에 출자하겠다고 하는 투자자들이 점점 많아지는 만큼, 한국 바이오 기업들도 기회를 잡길 바란다”고 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5월 4일 13시 27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