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에 본격 가세했다. 지난달 AI 스타트업을 세우고 개발 인력 확보와 투자 유치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1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달 9일 미국 네바다주에 ‘X. AI(엑스AI)’라는 이름의 회사를 세웠다. 머스크가 사업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사명에서 드러나듯 이 업체가 AI 개발 목적으로 설립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명의 ‘AI’ 앞에 쓰인 ‘X’는 머스크가 자신이 이끄는 기업들에 붙이는 브랜드 이름이다. 우주 탐사·관광업체인 ‘스페이스X'가 X 브랜드의 대표적인 사례다.

머스크는 엑스AI의 유일한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비서는 머스크의 재산을 관리하는 자레드 버첼 전 모건스탠리 직원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머스크가 AI 작업에 필요한 수천개의 GPU(그래픽 처리장치)를 최근 확보했다”며 머스크의 AI 사업 추진설에 힘을 보탰다. GPU는 AI 개발업체가 자체 AI 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하는데 필수적인 부품으로 꼽힌다.

머스크는 알파벳 등 경쟁사에서 AI 관련 인력을 구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여러 투자자와 투자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머스크는 딥마인드 출신 개발자를 최근 영입했다. 딥마인드는 알파벳 산하 업체로 구글의 AI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머스크는 2015년 AI 비영리 연구단체로 창설됐던 오픈AI의 공동 창업자 한 명이다. 하지만 테슬라와 오픈AI 사이에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내 지적이 나오자 머스크는 2018년 오픈AI의 이사 자리에서 내려오고 투자 지분도 모두 처분했다. 오픈AI는 사업 초기엔 AI 개발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위기에 대응하는 데에 연구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머스크가 퇴사했던 시기 즈음에 AI 상용화 연구로 방향을 튼 뒤 지난해 11월 생성 AI인 ‘챗GPT’를 선보이면서 AI의 대중화에 불을 지폈다.

AI 사업에 투자하려는 머스크의 모습은 최근 그가 보인 행보와도 사뭇 다르다. 지난달 비영리단체인 ‘삶의 미래 연구소(FLI)’가 “오픈AI가 AI 시스템 개발을 6개월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공개했을 때 머스크는 이 주장에 찬성한다는 의미를 담은 서명을 보냈다. 당시 업계 일각에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의 AI 개발에 속도가 붙자 이를 견제하려 머스크가 개발 속도 제한에 동참의 뜻을 보낸 것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