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LCK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는 페이즈(김수환) (제공=LCK)
LCK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는 페이즈(김수환) (제공=LCK)
2023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시즌이 지난 9일 젠지 e스포츠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젠지는 지난 2022 LCK 서머에 이어 2연속 LCK를 제패했다. 도란(최현준), 피넛(한왕호), 쵸비(정지훈) 등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도 눈부셨지만 가장 주목받은 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험에도 기대를 뛰어넘는 활약을 펼친 바텀 듀오 페이즈(김수환)와 딜라이트(유환중)이었다. 특히 페이즈는 올해 데뷔한 신인으로 첫 시즌에 우승을 차지하는 ‘로열로더’에 등극했다. LCK 무대를 밟은 지 불과 3개월 만에 우승컵을 차지한 셈이다. 그는 2005년생으로 팀의 막내다.

시즌 초만 해도 페이즈에 대한 평가는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전임자인 룰러(박재혁)의 빈자리가 컸기 때문이다. 룰러는 ‘젠지의 심장’이라고 불린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젠지가 인수하기 전인 2016년 삼성 갤럭시 시절부터 활동한 룰러는 2017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 2022 LCK 서머 시즌 우승 등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다. 롤드컵 우승 당시 결승전 MVP, 2022 LCK 서머 정규 시즌 MVP에 선정되는 등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온 그는 명실상부한 젠지의 1옵션이었다. 하지만 2023 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 선수)를 택하며 중국 리그 LPL의 징동 게이밍으로 이적했다.

젠지는 룰러에게 영구결번을 부여하고 2군 선수였던 페이즈를 1군으로 콜업했다. 이후 이지훈 젠지e스포츠 단장은 “원거리 딜러 영입은 없다”라며 신인인 페이즈를 주전으로 기용할 것임을 밝혔다. 룰러를 대체할 ‘스타 원딜’의 영입을 예상했던 팬들과 관계자들의 예측을 벗어난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그리고 젠지는 2023 LCK 스프링 우승으로 본인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냈다.
파이널 MVP에 오른 페이즈 (제공=LCK)
파이널 MVP에 오른 페이즈 (제공=LCK)
페이즈는 이번 시즌 데뷔 전에선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T1을 상대로 치른 1라운드 첫 경기에서 1세트 7킬 3데스 3어시로 준수한 지표를 보였지만 경기에서 패했으며 2세트에선 1킬 5데스를 기록하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DRX를 시작으로 한화생명e스포츠, 디플러스 기아 등을 잡아내며 6연승을 달렸다. 정규리그 동안 분당 대미지가 628로 데프트, 바이퍼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KDA(킬과 어시스트를 데스로 나눈 값)에서도 3위에 오르는 등 LCK 무대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페이즈의 진가는 본무대인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KDA가 5.3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6명의 원거리 딜러 중 1위다. 특히 평균 데스가 1.8회로 바이퍼(1.5회) 다음으로 가장 적었다. 15분 골드 격차는 -39로 4위에 오르며 초반 라인전에선 다소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분당 대미지가 662, 골드당 대미지가 470으로 각각 2위에 오르는 등 한타에서 활약했다.

페이즈는 결승전 파이널 MVP에 선정되며 룰러의 빈자리를 못 느낄 정도의 활약을 펼쳤음을 인정받았다. 결승 승리 후 인터뷰에서 “롤드컵 우승이 목표다”라고 밝힌 그가 다가올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며 첫 국제 대회에서도 ‘로열로더’에 오를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