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에 전편이 공개됐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에 전편이 공개됐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가 14일 문을 닫았지만, 사태가 완전히 일단락된 것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이트 폐쇄 핵심 원인은 트래픽 급증에 따른 서버 운영 비용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언제든 이름만 바꿔 암암리에 콘텐츠 불법 유통을 재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광고 수익 한정적인데…트래픽 급증 '화들짝'

14일 업계에 따르면 누누티비가 이날 사이트 운영을 종료한 가장 결정적 이유는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서버 운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얻을 수 있는 광고 수익이 한정적인 데 비해, 계속 늘어나는 서버 운영비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사이트 운영진이 전방위 압박을 의식했다는 뉘앙스를 남긴 것은 표면적 이유에 불과해 보인다”고 말했다.

누누티비는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오리지널 콘텐츠는 물론이고 지상파, 케이블 채널 방영 프로그램 전편을 무단 공개해왔다. 영화·드라마·예능·시사교양에 이르기까지 동영상 콘텐츠란 콘텐츠는 모두 스트리밍을 제공했다. 독점 OTT에서만 볼 수 있던 ‘더 글로리(넷플릭스)’, ‘오징어게임(넷플릭스)’, ‘카지노(디즈니플러스)’, ‘환승연애(티빙)’등이 주요 피해 콘텐츠로 꼽힌다. 공개 또는 방영 후 이르면 2~3시간, 늦어도 이틀 이내 유포하는 식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OTT 사업자가 많은 투자비를 들여 좋은 콘텐츠를 제작해두면 하루도 안 돼 불법 스트리밍되는 피해가 속출해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OTT 업계에선 누누티비 운영 중단에 안도할 수만은 없다는 반응이다. 논란이 사그라들면 암암리에 다른 이름으로 비슷한 사이트를 만들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추적 어려워…유사 사이트 확산 조짐

특히 누누티비 운영진은 불법 유통 관련 처벌을 받지 않았다. 지난달 16일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수사에 착수했지만 신원 특정, 소재 파악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언제든 이름만 바꿔 다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우려한다.

오히려 불법 사이트를 운영해도 해외에 서버가 있으면 추적하기 어렵다는 ‘약점’만 드러나, 유사 사이트가 확산할 것으로도 보고 있다. 이미 누누티비의 영업 방식을 벤치마킹하는 사이트가 여럿이다.

누누티비의 월간 이용자 수는 1000만명으로 추정된다. 박완주 의원실(무소속)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0월 이후 누누티비의 누적 접속자 수는 8348만명이다. 누누티비가 사이트에 단 불법 도박 광고로 얻은 이익은 최소 333억원으로 추정됐다.

정부는 누누티비 등 불법 저작권 침해물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하고 단속을 강화해왔다. 하지만 누누티비는 도미니카공화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서 단속이 쉽지 않았다.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자 서버를 사용하면서 정부 제재를 피했다.

한국영화영상저작권협회에 따르면 누누티비의 불법 스트리밍으로 인한 저작권 피해 규모는 4조9000억원을 넘는다. VOD 단가를 기준으로 추산한 것이어서 부가 판권, 해외 유통 수익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는 더 크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 스트리밍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안을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