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투여하면 장속 미생물이 암까지 이동…면역촉진 효과 규명
건강에 도움을 주는 장내 유익균이 인체 림프절과 암 세포 등으로 직접 이동해 면역관문억제제 효과를 높이는 데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항생제를 사용해 유익균을 죽이면 면역관문억제제 효과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최근 사이언스이뮤놀로지에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 BMS의 여보이 등 면역관문억제제 항암 효과를 높이는 데 장 속 마이크로바이옴이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는 많았다. 하지만 장 속에 있는 미생물이 어떻게 장 밖에 있는 면역계에 영향을 미쳐 항암 치료 효과까지 바꾸는지는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런 마이크로바이옴과 면역관문억제제 효과 간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을 유도한 마우스 모델을 활용해 면역관문억제제가 장내 미생물 이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연구결과 항암 면역계를 활성화시키는 면역관문억제제가 소화 시스템에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염증 반응 때문에 림프절도 바뀌었다.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한 뒤 장 속 세균 등 미생물은 장을 떠나 종양세포와 주변 림프절 등으로 이동했다. 이렇게 이동한 미생물은 암 세포를 죽이는 면역세포 등을 활성화시켰다.

면역관문억제제가 장 속 미생물을 림프절로 이동시켜 수지상세포, T세포 등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물론 이들이 모두 암 세포로 옮겨가 공격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장 속 미생물이 '면역 촉진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미생물을 죽이는 항생제 치료가 '면역관문억제제'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연구팀은 평가했다.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효과가 높았던 환자들의 마이크로마이옴에서 다양한 유형의 미생물이 발견됐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앤드류 고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교수는 "면역관문억제제는 면역체계가 암을 공격할 수 있도록 브레이크를 푸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며 "몸 속 미생물과 면역세포들은 면역체계가 작동하도록 엑셀을 누르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번에 논문을 발표한 연구팀은 면역관문억제제 효과를 높이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는 미국국립보건원(NIH)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3월 10일 16시 31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