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신약기업 AC이뮨이 알츠하이머 치매 백신 후보물질의 긍정적인 임상 초기 결과를 발표했다.

AC이뮨은 26일(유럽 시간) 알츠하이머 백신 후보물질 'ACI-24.060'에 대한 임상 1b/2상 초기 결과를 일부 공개했다.

AC이뮨은 저용량을 투약한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군에서 독성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에 대한 항체 반응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전성도 함께 확인했으며, 이를 토대로 다음 환자군엔 이보다 더 높은 용량을 투약한다는 계획이다.

ACI-24.060은 AC이뮨이 보유한 자사 백신 개발 플랫폼 ‘수프라안티젠’을 이용해 개발했다. 작은 지질덩어리인 리포솜에 항원항체 반응을 유도할 펩타이드를 붙인 형태로, AC이뮨은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의 일부 펩타이드를 여기에 붙였다.

주사로 투약하면 면역체계가 리포솜에 붙은 펩타이드를 외부 항원으로 인식하고 학습해 신체내 있는 동일한 펩타이드 또는 펩타이드가 있는 단백질을 공격하고 제거하게 만드는 원리다. 항체 기반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염증성 T세포의 활성을 피하도록 설계해 뇌 속 혈관에서 출혈이 일어나거나 붓는 아밀로이드영상이상반응(ARIA)을 최소화한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AC이뮨은 기대했던 항체 반응을 확인한 것으로 첫 번째 고비는 넘어섰다는 반응이다. 올 하반기 중 투약한 백신 후보물질이 의도한 대로 체내에서 작동했는지에 대한 추가 면역원성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내년까지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AC이뮨은 내년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1년 동안 환자 뇌속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양이 1년간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AC이뮨은 이번 결과로 투약 용량을 더 늘려 진행하는 한편, 알츠하이머 환자와 유사하게 인지기능 저하를 겪는 다운증후군 환자들 또한 임상환자로 등록해 임상시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AC이뮨은 여러 글로벌 제약사와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및 백신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얀센과 함께 타우단백질을 표적하는 알츠하이머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며 현재 임상 2상 단계에 있다. 릴리와는 희귀타우병증 치료 목적으로 타우응집억제제를 개발하고 있다. 전임상을 마치고 임상을 앞두고 있다.

실패 사례도 있었다. 제넨텍과 공동개발한 항 타우 항체치료제 ‘세모리네맙’은 임상 2상에서 뇌 속 타우단백질의 축적을 막지 못해 개발을 중단했다.

알츠하이머 백신은 암백신과 마찬가지로, 이미 진행이 시작된 질환을 막기 위한 목적을 우선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예방이 주목적인 독감이나 코로나백신과 달리, 환자의 면역체계를 이용해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현재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백신의 목적이다. 하지만 치료 목적으로 효능이 입증되면 이후 예방 목적으로 쓰일 가능성도 열려있다.

레켐비 같은 항체 기반 알츠하이머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알츠하이머 백신이 갖는 장점으론 가격경쟁력과, 편의성 등이 있다. 항체 치료제 대비 저렴하며, 정맥 주사 대신 피하 또는 근육 주사로 투약이 가능하다. 항체를 외부에서 꾸준히 주입해 줘야하는 항체치료제와 달리 환자 몸에서 독성단백질에 대한 항체가 저절로 만들어지도록 한다는 점도 강점이다.

알츠하이머 백신 개발의 시작은 2000년대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업계의 기대를 모았던 엘란 파마슈티컬스의 AN-1792 실패 등으로 알츠하이머 백신 개발은 제약업계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당시 실패를 살펴보면 최근 아두헬름 등 항체 기반 알츠하이머 치료제처럼 뇌 출혈과 부종 등 부작용을 일으킨 것이 문제가 됐다.

국내 알츠하이머 연구자인 김영수 연세대 약대 교수는 "알츠하이머 환자가 아닌 젊은 사람의 뇌에도 아밀로이드 베타의 한 종류인 단량체는 정상적으로 존재하고,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뇌 속에서 맡은 역할이 있다는 있다는 사실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며 "과거 알츠하이머 백신이 실패한 이유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여러 형태(단량체, 이량체, 소중합체 등)을 구분없이 표적하면서 염증 반응이 무분별하게 일어났기 때문인데 AC이뮨이 이 점을 얼마나 개선했는지가 백신 개발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