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육 서비스 기업 메가스터디는 투자 전문 자회사인 땡스벤처스를 지난달 설립했다. 초기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전략적 투자에 나서겠다는 손은진 메가스터디 대표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땡스벤처스는 이른 시일 내 1호 펀드를 결성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2. 웅진씽크빅은 학습 서비스 회사를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최근 밝혔다.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스타트업들에 개방해 협업하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교육 솔루션 회사 뤼이드, 증강현실(AR) 스타트업 아티젠스페이스 등과 손잡고 제품 개발에 나섰다.
"AI·메타버스 접목이 살 길"…교육기업들, 스타트업에 꽂혔다

○스타트업에 돈 꽂는 교육회사들

교육기업들이 테크 스타트업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컴투스가 출범시킨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는 ‘빨간펜’으로 유명한 교원그룹으로부터 4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교원그룹은 메타버스 환경에 가상 교실 플랫폼을 구현한 ‘아이캔두’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메타버스와 AI 기술에 집중적으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영어교육으로 유명한 와이비엠(YBM)은 매스프레소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매스프레소는 AI 학습 플랫폼인 ‘콴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YBM은 최근 진행된 매스프레소 시리즈C 투자에 신규 투자사로 합류했다. YBM 관계자는 “매스프레소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학습지 ‘눈높이’로 유명한 대교는 유아동 교육 매칭 플랫폼인 자란다와 과학 콘텐츠 스타트업인 긱블에 손을 내밀었다. 웅진씽크빅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AI 교육회사인 키드앱티브를 비롯해 구루미, 케나즈, 시어스랩 등 주요 기술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입했다.

○될성부른 떡잎에 ‘베팅’

교육기업들이 스타트업 투자와의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 속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비대면 수업은 대면 수업의 보조 수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비대면 수업은 아동과 청소년, 성인 할 것 없이 중요한 학습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에듀테크 산업 총매출은 2017년 3조6992억원에서 2021년 5조218억원으로 불었다. 같은 기간 종사자 수도 2만7250명에서 3만3651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교육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 영향이다.

주요 교육기업은 데모데이(교원그룹), 공동 사업화 프로그램(대교), 데이터 개방(웅진씽크빅) 등을 통해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내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각 영역에 특화된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과의 협력(오픈 이노베이션)으로 풀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외엔 에듀테크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이미 30여 개나 된다. 인도판 메가스터디로 불리는 바이주스는 지난해 기업가치 220억달러(약 27조원)를 인정받았다. 등록 학생 수만 1억1500만 명으로,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투자해 주목받았다. 중국 온라인 교육업체 위안푸다오는 추정 기업가치가 155억달러(약 1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위축에도 에듀테크는 ‘훈풍’

한국 에듀테크 스타트업 중 아직 유니콘 기업은 없다. 하지만 최근 투자시장 위축에도 관련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줄줄이 성공하면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메타버스 영어교육 서비스 호두잉글리시를 운영하는 호두랩스는 지난해 말 13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해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올리고 ‘가상 학교’를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AI 영어 학습 솔루션 스픽을 운영하는 스픽이지랩스도 최근 38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와 액셀러레이터(AC·창업육성업체)의 시초라고 불리는 Y콤비네이터 회장 출신인 샘 올트먼이 공동 설립한 AI 연구소 오픈AI가 운용하는 펀드를 통해 투자받아 관심이 쏠렸다.

교육 콘텐츠 플랫폼 데이원컴퍼니(350억원), 유아동 교육 매칭업체 자란다(310억원), 비대면 티칭 서비스 밀당PT를 운영하는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200억원) 등도 최근 수백억원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에 투자한 권구철 딥다이브파트너스 대표는 “교육 영역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 에듀테크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썸(151억원), 째깍악어(160억원), 팀스파르타(130억원) 등도 지난해 100억원대 투자를 받았다.

○VC 만들어 전략적 투자도

벤처캐피털(VC)을 설립해 스타트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에 나서는 기업도 늘고 있다. 평생교육 전문기업인 휴넷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휴넷벤처스를 세우고 소프트앤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했다. 소프트앤의 퀴즈 플랫폼 퀴즈앤은 진행자와 참여자가 퀴즈 게임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쌍방향 교육 서비스다.

메가스터디가 최근 출범한 땡스벤처스 역시 혁신 기술을 지닌 스타트업에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메가스터디 측은 “금전적 투자뿐만 아니라 경험과 자원을 전수해 후배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통신사들도 주요 교육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에듀테크 시장에 발을 담갔다. LG유플러스는 기초 과목 학습 서비스 스타트업인 에누마, SK텔레콤은 유아 발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두브레인에 자금을 넣었다. 미래 고객인 어린이·청소년 사용자에게 브랜드를 알리면서 ‘록인 효과’(다른 서비스로 옮기기 어려워지는 현상)를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다만 주요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 사업 모델을 안착시키기까진 시간이 적잖게 필요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도 나온다. 예컨대 AI나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해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대규모 고객을 모아 결제를 유도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확실한 수익 모델을 구축했거나 독보적인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 위주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