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이 올해 출범 10년 차를 맞아 중증 및 고난도 진료 중심의 병원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권현철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장(사진)은 3일 한 인터뷰에서 “큰 병은 큰 병원에서, 작은 병은 동네 작은 의원에서 하는 기본 원칙에 충실하겠다”며 “심장뇌혈관병원은 고난도·중증 환자 진료 중심 병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했다.이 같은 청사진은 그동안 쌓아온 중증 환자의 우수한 진료 성적이 바탕이 됐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게 권 병원장의 설명이다. 심장뇌혈관병원은 2014년 심장질환과 뇌졸중, 혈관질환을 묶은 통합 치료 모델을 선보이며 문을 열었다. 심장센터와 혈관센터, 뇌졸중센터, 이미징센터, 예방재활센터 등 5개 센터를 두고 있다. 심장뇌혈관 질환의 특성을 반영한 다학제 치료를 통해 국내 중증 환자 의료 서비스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병원은 2017년부터 매년 ‘질지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국내 최초다. 보고서에 따르면 병원의 급성심근경색 30일 이내 사망률은 3%대다. 평균 8%대인 종합병원 사망률에 비해 절반 이상 낮다. 권 병원장은 “질지표 보고서를 통해 잘하는 분야는 더 잘할 수 있게 되고, 개선이 필요한 분야를 찾아내 더 나은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국내 최초로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를 도입하고, 국내 전체 인공심장 심실보조장치 수술의 40%를 맡는 등 첨단의학 구현에도 적극적이다. 신속한 대응을 위해 24시간 대동맥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타 병·의원으로의 의뢰 및 회송에 필요한 효율적인 네트워크도 갖췄다.권 병원장은 “거점 병원 중심의 협력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의사 간 실시간 공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중증 고난도 병원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급성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 분야 명의로 손꼽히는 권 병원장은 2019년 4월부터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장을 맡고 있다.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최근 연말연시 선물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백혈병을 앓던 한 살배기 아기가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 치료를 받고 암을 이겨냈다는 얘기였습니다. 주인공은 서울아산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투병하던 이주아 양(18개월)입니다.주아가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은 지난해 7월 말. 세상에 태어난 지 45일 되던 날이었습니다. 7월 초 얼굴과 몸에 푸르스름한 멍이 생긴 것을 이상하게 여긴 부모님은 간단한 질환으로 생각하고 동네의원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의사는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고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정밀검사 끝에 B세포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혈액을 만드는 골수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죠.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지만 주아의 부모님과 의료진은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주치의인 임호준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는 항암치료부터 했습니다. 올 1월엔 엄마의 조혈모세포도 주아에게 이식했습니다. 조혈모세포는 건강한 혈액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영유아에겐 이식 치료를 하면 부작용 위험이 큽니다. 임 교수팀은 아이를 세세하게 살피며 큰 탈 없이 이식을 마쳤습니다.하지만 이식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치료 후 7개월 정도 지난 8월 백혈병이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통상 조혈모세포 이식을 한 뒤 재발률은 20% 정도입니다. 다시 이식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부작용 위험이 커 한 살배기가 이겨내긴 힘들 것이라고 의료진은 판단했습니다.고민 끝에 CAR-T세포 치료제를 선택했습니다. 면역세포인 T세포가 몸속 암세포만 유도탄처럼 찾아 공격하도록 바꾼 뒤 넣어주는 치료제입니다. 환자의 T세포를 뽑아 조작을 거쳐 다시 넣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4억원에 이릅니다. 다행히 4월 CAR-T세포 치료제가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되면서 약값 부담이 600만원 정도로 낮아졌습니다. 위암 대장암 같은 고형암에선 아직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백혈병 같은 혈액암 치료에선 ‘완치’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하지만 여전히 난관은 있었습니다. 치료제가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영유아에게 이 치료제를 활용한 경험이 쌓이지 않았던 거죠. 신경계 독성,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도 남은 상태였습니다.이런 우려에도 임 교수팀은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10월 주아에게 CAR-T세포 치료를 시행했습니다. 치료 후엔 소아청소년신경과, 감염내과 등 여러 진료과 의사가 함께 모여 차도를 살폈습니다. 치료 한 달 뒤인 11월 각종 정밀검사를 했습니다. 주아의 몸속엔 다행히 아무런 암세포도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주아는 부작용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다만 재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의료진은 여전히 주아의 건강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임 교수는 “앞으로 주아가 계속 안전하게 치료받으며 아빠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차의과학대 강남차병원이 국내 최초로 산부인과 분야 로봇수술 4000건을 돌파했다고 27일 밝혔다. 2015년 6월 로봇수술센터를 개소한 이후 2021년 산부인과 로봇수술 3000건을 달성한 데 이어 1년 만에 누적 4000건을 넘어섰다.강남차병원은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수술용 로봇 2대를 운영하고 있다. 산부인과 로봇수술은 자궁근종뿐 아니라 자궁내막증과 자궁선근증, 자궁탈출증, 요실금, 난소암 등을 치료할 수 있다.질환별 로봇수술 건수로는 자궁근종제거술이 66.9%로 가장 많았으며 난소종양제거술 21%, 부인암 수술 13.1% 순이다. 환자 연령대는 30대가 45.9%로 가장 많았고 40대 36.8%, 20대 11.7% 등이었다. 최연소 환자는 12세, 최고령은 74세였다.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