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식품 분야는 스타트업들이 쉽게 진출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꼽힌다. 앞으로 시장이 커질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이 꾸준한 수익을 낼 정도로는 아직 국내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도 시간이 걸린다. 해외 시장은 이미 일찌감치 사업을 시작한 경쟁 업체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대체식품에 뛰어드는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결국엔 이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확신 때문이다. 비건 치즈를 들고 미국으로 향한 아머드프레시의 오경아 대표, 대체 단백질과 대체당 음료로 중화권과 동남아 시장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 인테이크의 한녹엽 대표를 한경 긱스(Geeks)가 인터뷰했다.
오경아 대표 "미국 현지 반응 소름돋았다"
"SHIT!" 지난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윈터 팬시 푸드쇼.' 행사장 한쪽에서 욕설이 터져나왔다. 아머드프레시의 비건 치즈를 맛본 식품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였다. 식물성 원료로 만든 치즈지만 동물성 치즈의 맛을 비슷하게 구현해낸 것에 대한 놀람의 감탄사였다. 오경아 아머드프레시 대표는 "치즈 맛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 '이건 크레이지 아니냐' 같은 생생한 반응들이 나오는 데 엄청나게 당황스러우면서도 소름이 돋았다"며 "글로벌 시장에 대한 확신이 생기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오경아 아머드프레시 대표
오경아 아머드프레시 대표
아머드프레시는 자체 개발한 비건 치즈를 들고 미국으로 향한 스타트업이다. 지난 5월 279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 투자엔 나스닥 상장사 비욘드미트의 투자사로 참여했던 미국의 콜라보레이티브펀드도 참가했다. 지난 9월 말 미국에 진출해 큐브 치즈 제품을 키푸즈, 시티에이커스, 아이딜푸드바스킷 등 뉴욕 거점 마트 100여 곳에 입점시켰다.

오 대표는 한경 긱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몬드밀크 베이스로 발효 공법을 접목시켜 동물성 치즈의 풍미를 구현해낸 건 우리가 세계 최초"라고 자신했다. 아머드프레시의 치즈는 네 가지 유산균을 섞어 동물성 발효와 유사한 과정을 거친 게 특징이다. 기존 비건 치즈가 코코넛 오일과 전분을 이용해 모양과 향만 모방, 치즈 특유의 풍미가 떨어졌던 것과 달리 고소한 맛이 동물성 치즈와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 대표는 "아머드프레시의 치즈는 다른 비건 치즈가 아니라 동물성 우유 치즈를 경쟁 상대로 여기고 있다"며 "기존 비건 치즈와는 아예 다른 제품군이라는 투자자들의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아머드프레시의 비건 큐브치즈
아머드프레시의 비건 큐브치즈
아머드프레시가 비건 치즈 사업에 뛰어든 건 자체 개발한 빅데이터 플랫폼 '핀셋'을 통해서였다. 2001년 마케팅 회사로 출발한 아머드프레시는 롯데주류, CJ제일제당, 동아오츠카, 빙그레 등 국내 주요 식품기업의 마케팅을 담당해왔다. 빅데이터 플랫폼을 만들며 푸드테크 기업으로 변신했고, 이 플랫폼을 통해 식품 트렌드를 모니터링 하던 중 '비건'과 '대체식품'이라는 키워드가 부상하는 게 확인됐다. 그게 2020년 여름이었다.

비슷한 시점에 아머드프레시의 간편식(RMR) 브랜드 ‘우주인피자’ 수출을 추진하면서 비건 치즈 개발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오 대표는 설명했다. 냉동 화덕 피자를 미국에 수출하려고 보니 유제품 수출 기준이 너무 까다로웠던 탓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비건 치즈를 피자에 적용해 봤지만, 동물성 치즈를 대체할 풍미를 갖춘 제품은 끝내 찾지 못했다. 오 대표는 "R&D팀에서 비건 치즈 개발에 돌입했고, 1년 반에 걸친 시도 끝에 차별화된 대체 치즈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상보다 비건 치즈가 너무 잘 나왔고, 그래서 이 치즈를 가지고 본격적인 사업을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비건 치즈를 내놓을 첫 시장으로 미국을 선택한 건 트렌드에 대한 흐름이 빠른 데다가 다인종, 다문화 국가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을 겨냥하기 적절했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미국 마트의 유제품 라인에 가보면 동물성 유제품만큼 식물성 제품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다.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다"며 "아몬드브리즈, 오틀리 같은 식물성 유제품 브랜드는 이미 대세"라고 했다.

처음부터 한국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을 노렸다. 오 대표는 "한국은 아직 비건 치즈 시장이 작다. 분명히 따라가긴 할 테지만 1~2년간은 힘들지 않을까 싶다"며 "정말 맛있는 제품들이 등장하고, 이 제품이 소비를 이끌어야 한국의 대체식품 시장도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아머드프레시는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오 대표는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인 미국에서 반응이 좋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식물성 치즈뿐만 아니라 동물성 치즈와 비교해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녹엽 대표 "작은 혁신들 끝에 큰 시장 찾았다"
달걀 고유의 맛과 향이 난다. 삶은 달걀 7개 분량의 단백질이 들었지만 진짜 달걀은 아니다. 식물성 원료로 만든 액상형 대체 달걀이다. 촉촉하고 쫄깃한 고기 식감을 구현한 버거 패티도 있다. 역시 진짜 고기가 아니라 대체육이다. 모두 푸드테크 스타트업 인테이크가 개발한 식품들이다.
한녹엽 인테이크 대표
한녹엽 인테이크 대표
한녹엽 인테이크 대표는 한경 긱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대체식품 시장은 유럽 등에 비하면 아직 초기 단계”라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식품 문화를 선도하고 아시아 대표 푸드테크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비건만두, 베지볼, 팔라펠로 유명한 비건식품 브랜드인 이노센트, 제로(0) 칼로리 대체당 음료인 슈가로로 등이 인테이크의 대표 브랜드다. 지난해 매출은 125억원.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누적 8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인테이크는 국내 대체식품 분야에서 자체 기술력과 제품 생산 능력을 동시에 보유한 회사로 꼽힌다. 직원 40명 중 연구개발(R&D) 인력이 10명이다. 원천기술 개발과 소재화, 완제품 생산이 가능한 연구·생산 인프라를 구축했다. 한 대표는 “단순 아이디어 제품이 아니라 기존 식자원을 대체할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미래 식품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며 “다양한 국책과제를 수행하면서 탄탄하게 쌓아올린 기술력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인테이크는 서울대 세종대 중앙대 등의 식품공학 교수진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이 과정을 통해 개발된 기술을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이노센트의 액상형 대체 계란 제품인 '베그'
이노센트의 액상형 대체 계란 제품인 '베그'
한 대표는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4학년이던 2013년 대학 창업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과 인테이크를 창업했다. 그는 “당시 식품시장이 정체돼 있다고 생각했고, 세부 카테고리를 하나씩 혁신시키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나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포장 견과류 제품이 첫 아이템이었다. 이후 전통죽 시장을 파고들어 아침 대용식 형태의 ‘모닝 죽’ 시장을 열었다. 식물성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분말 액상 대체식인 밀스도 성공시켰다.

10년간 식품 스타트업을 운영해오면서 어려울 때도 많았다고 했다. 식품 시장의 주기가 짧아 성공 뒤에도 새로운 제품 개발을 계속 고민해야 했고, 쏟아지는 복제 제품과의 경쟁도 견뎌내야 했다. 한 대표는 “틈새시장을 찾아 작은 혁신과 성공을 하다 보니 중장기적으로 큰 시장을 공략할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며 “그게 바로 대체 단백질과 대체당 시장”이라고 말했다. 2018년 본격적으로 대체 단백질 연구를 시작한 배경이다. 그는 “기후 위기와 세계 인구 증가세 등을 고려할 때 생태적 비용이 높은 현재의 동물성 단백질과 당류를 대체할 기술은 꼭 필요하다”며 “2030년까지 국내 식자원의 30%를 대체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R&D를 통해 식물성 원료인 고구마순 성분을 활용해 고기의 ‘찢어지는’ 질감을 내는 데 성공했다. 고기가 익었을 때의 색감은 백년초 성분을 통해 구현했다. 한 대표는 “자체 기술력을 활용해 식물성 닭가슴살 제품도 개발했다”며 “비건 소고기, 닭가슴살, 달걀, 음료 등 다양한 제품으로 대체식품 시장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도 힘쓸 계획이다.


참, 한가지 더

푸드테크 창업을 고민하는 예비창업자에게 해주는 조언은

오경아 아머드프레시 대표

"가장 중요한 건 제품의 퀄리티에 신경써야 한다는 겁니다. 퀄리티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원가를 낮추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꼭 비싼 원료를 써야지 퀄리티가 높아지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푸드테크인 겁니다. 테크 경쟁력을 가지고 어떻게 좋은 제품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원가를 낮출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합니다. 시장에 내놓는 제품이 곧 회사의 얼굴이기 때문에 퀄리티를 책임질 수 없다면 내놓지 않는다는 식의 기준 역시 내부적으로 설계하길 추천합니다.

시장 흐름을 보고 들어가는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너무 빠르거나 늦으면 스타트업엔 상당한 고전이 될 수 있습니다. 너무 앞서간 기술이라면 소비자들이 아직은 찾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원가 역시 높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너무 뒤늦은 선택을 해서 시장 포화 상태, 또는 이미 떨어지고 있는 시장에 들어가면 정말 획기적인 기술이 아니고서는 관심을 받기 쉽지 않습니다. 트렌드에 대한 타이밍을 보고 들어가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한녹엽 인테이크 대표

"푸드테크는 기술과 시장 두 가지를 봐야하는데, 이 두 가지가 사실 물과 기름처럼 잘 붙지를 않습니다. 기술에만 초점을 맞추면 시장이 멀어지고, 시장만 바라보면 기술이 배제됩니다. 결국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포인트를 찾아 기술로 고쳐나가는 방식을 현명하게 잘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대체육 시장만 바라보고 이 프레임에 갇혀서 수천억원을 들어서 공장을 짓는다고 한다면 아직 시장에선 그만큼의 수요가 없습니다. 물론 몇 년 뒤엔 시장이 커질테지만 이 기간 동안 회사가 버틸 수 있을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저희 회사는 창업 초기 시장만 보고 짧은 '라이프타임'의 상품들을 내놓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경쟁이 심화되면서 자금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있었습니다. 반대로 기술 완성도를 확실히 잡고 가자고 결심하고 긴 호흡으로 사업을 할 경우 시장 진입 시점에서 후발주자가 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푸드테크에선 시장을 포인트로 한 뷰를 기반으로 기술을 수단으로 써야하는데, 시장과 기술을 어떻게 하면 잘 붙일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기술과 시장 사이 균형점을 잘 찾아내야 합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