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로봇 등 디지털 기술을 생물학에 접목해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합성생물학’ 육성을 위해 정부가 향후 2024년부터 5년간 바이오파운드리에만 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12대 전략기술의 하나인 첨단 바이오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9일 경기 수원 CJ블로썸파크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가 합성생물학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합성생물학은 생명과학에 공학적 기술개념을 도입한 학문이다. 인공적으로 생명체의 구성요소·시스템을 설계·제작·합성한다. 코로나19 백신개발과정에 합성생물학을 활용해 개발기간을 단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합성생물학은 바이오연구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던 속도와 스케일, 불확실성의 한계를 극복한다. 제약·에너지·화학·농업 등 바이오 관련 다양한 산업에 파급력이 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바이오 분야 글로벌 기술패권경쟁의 핵심기술로 부각됐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는 합성생물학을 국가차원에서 육성해야 할 기술 분야로 지정했다. 핵심 인프라인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하는 등 기술주도권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바이오파운드리는 디지털·AI·로봇 기술 등과 융합해 합성생물학의 연구과정인 설계(Design)-제작(Build)-시험(Test)-학습(Learn)을 표준화·자동화·고속화하는 생물학 실험 및 제조공정 지원하는 시설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10월 대통령 주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서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을 발표하고 12대 전략기술 중 하나로 ‘첨단바이오’를 선정했다.

첨단바이오의 중점기술로 합성생물학을 선정했다. 이날 발표한 ‘국가 합성생물학 이니셔티브’는 이에 대한 후속조치다.

이번 전략에는 △합성생물학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6대 전략분야 집중 육성 △합성생물학 혁신을 가속화하는 핵심 인프라인 바이오파운드리 구축·활용 △합성생물학 발전을 위한 법·제도, 협력, 인력양성 등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 등의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 전략 이행을 위해 3000억원 규모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예타사업 추진 및 합성생물학 육성을 위한 신규 법률 제정 계획 등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는 국가 주도 공공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해 합성생물학 연구개발 속도를 5배 향상하는 것이 목표다. 또 인공세포 설계-제작이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고 통합 운용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급증하는 합성생물학 연구 수요에 대응하는 ‘바이오+AI+공학’ 융복합 교육과정도 개발한다. KAIST에 생명과학기술대학 합성생물학 전문대학원을 신설한다. 바이오파운드리 공정관리 등 산업계 인력 적기 공급을 위한 이론교육 및 현장실습 통합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합성생물학 전문인력을 2030년까지 1000명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 장관은 “국가 합성생물학 이니셔티브가 기술패권경쟁에서 선제적·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전략의 차질없는 추진을 통해 합성생물학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 혁신 생태계 조성 및 국가 바이오제조 역량을 극대화해 미래 바이오산업에서의 우위를 확보해 가겠다”고 밝혔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