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C 2022]"면역관문억제제, 결합력보다 농도·투약간격이 더 중요"
최대 30%에 그치는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률을 높이기 위한 시도가 한창이다. 키트루다(미국 머크), 티센트릭(로슈)과 같은 ‘PD-1' 및 ‘PD-L1’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요법 임상은 현재 7000여개에 이른다.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률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약물의 농도와 투약기간이 중요하다는 연구결과가 9일(미국 시간) 미국면역항암학회(SITC)에서 발표됐다.

고든 프리먼 미국 다나파버 암연구소 박사는 SITC 사전회의에서 PD-1 및 PD-L1 면역관문억제제 개발에 있어 주목할 만한 특성에 대해 발표하고, 신규 면역관문을 공개했다.

키트루다와 티센트릭 등은 모두 항체 약물이다. 종양세포와 면역세포가 갖고 있는 면역관문 단백질에 경쟁적으로 결합해 면역관문의 작동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때문에 면역관문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선 표적 단백질에 결합하는 능력(친화력)이 강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상식이었다. 이날 프리먼 박사는 면역관문 단백질 항체의 친화력이 일정 기준 이상 강한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항체의 농도와 투약간격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암세포를 이식한 실험쥐를 대상으로 면역관문 단백질에 대한 친화력이 약 2배 차이가 나는 두 항체 약물을 비교했다. 저농도의 고친화력 항체 약물은 고농도의 저친화력 항체약물 대비 오히려 효능이 낮게 나타났다. 친화력이 높아도 농도가 낮으면 더 빠르게 실험쥐가 사망했다. 농도가 낮아 차단할 수 있는 면역관문 단백질의 수가 제한되면 오히려 효능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투약간격도 중요했다. 더 자주 투약할수록 실험쥐의 생존기간이 늘어났다. 항체 약물이 강한 친화력으로 표적 단백질과 결합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결합이 해제된다. 이때 적절한 투약간격으로 새로운 항체 약물이 투입되지 않으면 면역관문억제 효능이 약화되는 것으로 풀이했다.

프리먼 박사는 “일정 기준 이상의 친화력은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정 농도, 일정 투약간격 이상이 보장돼야 PD-(L)1 면역관문 단백질이 충분히 억제돼 기대했던 약효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리먼 박사는 이날 새로운 면역관문 단백질을 공개하기도 했다. ‘HHLA2’로 면역세포의 ‘KIR3DL3’와 결합한다. 클리니컬트라이얼즈 기준 진입한 임상시험을 찾아보기 힘든 신규 표적이다. 프리먼 박사는 “PD-L1과 HHLA2가 동시 발현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PD-L1이 없는 종양에서 HHLA2가 잘 발달한다”고 말했다. PD-L1 저항성 암종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다고도 했다.

PD-1 면역관문억제제인 옵디보(BMS)를 의료 현장에서 사용하며 축적된 임상자료(RWD)에서도 HHLA2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그는 “옵디보는 PD-L1 발현율이 높고, HHLA2의 발현율이 낮은 환자에게서 가장 효과가 좋았다”며 “반면, PD-L1 발현율이 낮고 HHLA2 발현율이 높은 환자에게선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HHLA2와 KIR3DL3 면역관문은 쥐에서는 발현되지 않는다. 관련 연구를 위해선 이 면역관문을 발현시킨 인간화 쥐(휴머나이즈드 마우스)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관련 연구가 더뎠던 이유이기도 하다.

프리먼 박사는 HHLA2 면역관문억제제가 기존 면역관문억제제의 새로운 병용 파트너가 될 수 있고, 더욱 많은 환자들이 도움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PD-1 면역관문억제제에 저항성이 높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서도 HHLA1이 다량으로 발현하는 경향성이 확인됐다”며 “HHLA2 기반 면역관문억제제는 기존 PD-(L)1 면역관문억제제에 저항성을 가진 암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스턴=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