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가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대웅제약의 협력사인 에볼루스는 내년 상반기 독일과 오스트리아에도 제품을 출시하며 유럽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목표다.에볼루스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영국에 출시하고 최근 첫 번째 배송을 완료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유럽 내 제품명은 ‘누시바’다.국내에서 ‘나보타’로 알려진 누시바는 2019년 10월 영국 의약품 규제당국(MHRA)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에볼루스는 현재 위그모어 메디컬을 통해 영국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위그모어는 35년 업력의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미용 분야 유통사다. 에볼루스는 내년에 유럽 다른 지역에도 누시바를 추가 출시하며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2023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다. 이를 위해 유통업체인 노비아팜과 논의 중이란 설명이다. 에볼루스는 유럽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을 연간 5억달러(약 7100억원)로 추산하고 있다. 유럽과 함께 또 다른 진출 지역으로 기대를 모았던 호주 출시는 조금 미뤄졌다. 당초 에볼루스는 실적발표 등을 통해 올 3분기 호주에 누시바를 출시한다고 밝혔지만, 허가가 늦어지며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에볼루스는 지난 2월 호주 식품의약품안전청(TGA)에 누시바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TGA는 지난 8월 이를 수락했다.데이비드 모타제디 에볼루스 최고경영자(CEO)는 “영국은 유럽 보툼리눔톡신 제제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단일 최대 시장”이라며 “또 유럽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인 만큼 이번 유럽 판매는 미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시바는 아시아 보툴리눔 톡신 제제 중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획득했다. 미국을 포함해 2022년 9월 기준 60여개국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80개국 이상과 수출계약도 체결했다. 중국 호주 뉴질랜드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도 품목허가를 앞두고 있다. 박성수 대웅제약 부사장은 “이번 누시바 영국 발매로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 1, 2위인 미국과 유럽에 모두 진출하게 됐다”며 “우수한 제품력을 글로벌 시장에 적극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
화이자가 스마트폰으로 기침 및 호흡소리를 분석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알려주는 호주 신생 벤처(스타트업)를 인수했다.4일 업계에 따르면 화이자는 호주 스타트업 레스앱헬스를 1억1600만달러(약 1663억원)에 인수했다. 인수가 종료됨에 따라 화이자의 자회사로 편입된 레스앱헬스는 지난달 29일 오스트레일리아 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레스앱헬스의 핵심 기술은 기계학습(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폰에 녹음된 환자의 기침 소리를 분석해 어떤 호흡기 질환에 걸린 것인지 예측하는 데 있다. 환자는 콧물이나 발열 등 다른 증상을 입력해 분석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화이자가 레스앱헬스 인수를 결정한 데는 지난 3월 이 회사가 발표한 탐색임상(상용화를 목적으로 하는 확증임상 전에 수행하는 임상시험) 결과가 긍정적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인도에서 모집한 환자 741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레스앱헬스의 알고리즘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 중 92%를 ‘양성’으로 알맞게 분류했다(민감도 92%). 비감염자를 비감염자로 진단하는 비율(특이도)은 80%였다.이는 국내 신속항원검사의 허가기준인 민감도 80%, 특이도 97%에는 미치지 못하나 고통스러운 표본 채취 과정이 없고, 의료진과의 대면 없이 원격으로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검사 결과 또한 30초 이내에 알 수 있다.화이자 관계자는 “이번 인수가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 사업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인류 진화의 역사를 밝힌 스웨덴 의학자가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유행한 뒤 바이러스 분석 및 백신 개발 등에 유전체가 폭넓게 활용되는 등 세계 의과학계엔 ‘DNA의 시대’가 열렸다. 노벨위원회는 인류 진화의 역사에 유전학을 접목한 학자에게 상을 수여하면서 기초 및 융합 학문의 중요성을 되새겼다는 평가다.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3일 독일 막스프랑크 진화인류연구소의 스반테 페보(67·사진)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페보는 유전자 시퀀싱 연구를 통해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가 유전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며 “인간에 대한 고대 유전자 흐름은 면역 체계가 감염에 반응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1986년 스웨덴 웁살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페보는 스위스 취리히대를 거쳐 1990년 독일 뮌헨대 교수가 됐다. 대학원생 때부터 국제학술지 등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한 그는 고고유전학의 창시자로 꼽힌다. 고대인의 무덤 등에 남은 뼈나 유물 등을 눈으로 확인하는 고고학에 차세대유전자시퀀싱(NGS)을 처음 접목한 학자다. 국내에는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의 저자로 잘 알려졌다.1990년대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인류의 유전체 지도를 완성했다면 페보의 연구는 인류의 유전학적 진화 역사를 완성했다.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처음 확인된 것은 30만 년 전이다. 네안데르탈인은 유럽과 서아시아에 40만 년 전부터 3만 년 전까지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의 연관성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페보는 고대인의 유전자를 분석해 호모사피엔스에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섞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페보의 발견을 통해 고대 인류의 유전자 서열이 현생 인류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대표적 유전자 중 하나가 티베트 등 고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있는 EPAS1 유전자다. ‘높은 폐활량 유전자’로도 알려졌다. 다양한 만성질환 유전자가 네안데르탈인을 통해 호모사피엔스에 유입됐다는 후속 연구도 나왔다.페보는 2020년 카롤린스카연구소와 함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코로나19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코로나19 중증 질환 원인 유전자 중 하나인 3번 염색체 유전자 영역이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유전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다.페보의 부친은 생리활성 호르몬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을 연구한 공로로 198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수네 베리스트룀이다. 부자(父子) 수상은 역대 7번째다. 노벨생리의학상 상금은 1000만크로나(약 13억원)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