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전자 분석기기 시장을 석권하는 일루미나의 그레일 인수가 독점금지법에 저촉된다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주장에 대해 미국 행정법원이 일루미나의 손을 들어줬다.

일루미나는 일루미나의 그레일 인수가 암 조기 발견 시장에서 경쟁을 저해할 것이란 FTC의 입장을 미국 행정법원이 기각했다고 1일(미국 시간) 발표했다. 일루미나의 법률 고문은 “일루미나의 그레일 인수는 혁신을 촉진하고 의료 비용을 낮추며 생명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레일은 2016년 일루미나에서 분사한 유전자 분석 기반 암진단기업이다. 일루미나는 지난해 80억 달러(약 10조 8576억원)로 그레일을 다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FTC는 일루미나 측에 인수 거래 중지를 명령했다. 세계 유전자 분석기기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일루미나가 그레일을 인수하면 암 진단에 유리한 최신 기기를 그레일에만 몰아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진단업계의 한 국내 전문가는 “일루미나가 암 진단 업계의 승자와 패자를 고를 수 있는 칼자루를 손에 쥐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일루미나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그레일의 경쟁업체에도 DNA 분석에 필요한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공개제안을 했다”고 반박했다. 그레일의 경쟁업체를 차별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행정법원의 판결에 대해 FTC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실망했으며 (앞으로 발생할 일들에 대한) 강력한 전례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FTC는 의견을 검토한 뒤 법원의 판결에 대항하기 위한 다른 선택지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일루미나의 그레일 인수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 일루미나의 유전자분석기기 시장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일루미나의 그레일 인수 건을 두고 독점 금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