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980만 명이 코로나19 백신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팬데믹 발생 11개월 만에 백신을 개발한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가 그 주역이다. 바이러스 전쟁에 강력한 방패를 제공한 두 회사가 최근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기술을 두고 특허 전쟁을 시작했다. mRNA는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 기술로 꼽힌다. 코로나19로 mRNA 상용화의 포문이 열리자 이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모더나 “화이자가 기술 무단 복제”

화이자 고소한 모더나…'mRNA 특허戰' 격화
30일 업계에 따르면 모더나는 지난 26일 미국 매사추세츠지방법원과 독일 뒤셀도르프지방법원에 각각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특허를 침해했다는 내용의 소장을 제출했다. 2010~2016년 획득한 모더나의 특허를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가 침해했다는 내용이다.

모더나는 이 특허를 활용해 코로나19 백신 스파이크박스를 개발했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소송은 코로나19 이전 10여 년간 수십억달러를 투입해 개발한 mRNA 플랫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mRNA 백신 소송전이 펼쳐진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10월 얼릴바이오테크놀로지는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자신들이 개발한 형광단백질을 허가 없이 사용했다며 고소했다. 이는 지난 1월 합의를 통해 일단락됐다.

이 같은 소송전이 격화한 것은 올해부터다. 캐나다 바이오업체 아뷰투스바이오파마는 2월 모더나를 상대로 백신 판매액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엔 독일 바이오기업 큐어백이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를 고소하자, 화이자는 큐어백을 맞고소했다. 이번 모더나와 화이자의 소송전은 다섯 번째다.

시장성 큰 mRNA…특허전 격화

신기술이 상용화된 초기에 특허전이 펼쳐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다만 mRNA는 배경이 좀 더 복잡하다. 시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처음 상용화된 mRNA 시장은 매년 16.8%씩 급성장해 2026년엔 137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mRNA는 인체 세포에 단백질 설계도를 전달한다. 단백질은 신체기관과 호르몬, 효소 등을 만드는 핵심 요소다. 이론적으로 mRNA를 활용하면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단백질을 제조할 수 있다. 대다수 질환의 정복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mRNA가 암 정복, 수명 연장 등 미해결 과제를 풀 열쇠로 주목받는 것도 그래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mRNA 시장 주도권을 잡는 기업이 미래 바이오 시장의 선두에 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선두에 있는 모더나와 화이자는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 후발그룹은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점점 더 치열한 신경전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기술 특허가 복잡하게 얽힌 것도 소송전이 격화하는 원인이다. mRNA가 발견된 것은 1961년이지만 활용된 건 코로나19 백신이 처음으로, 상용화까지 60년 걸렸다. 극복해야 할 난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인체 내 면역 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mRNA가 적군처럼 보이지 않게 위장해야 하고, mRNA를 몸속 세포까지 안정적으로 운반해야 한다. 아뷰투스는 mRNA를 운반하는 지질나노입자 특허를 다수 보유했고, 모더나는 위장 관련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모두 각자 기술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