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지난 5년간 성범죄 등으로 해임 등 중징계 처분이 다수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KISTEP은 수조원대 연구개발 사업의 타당성 조사 업무를 하면서 이들 사업의 시작 여부를 사실상 결정하는 기관이다.

KISTEP에서 2017~2021년 발생한 징계처분은 해임 3건, 정직 2건, 강등 1건, 감봉 1건, 견책 1건 등 8건이었던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KISTEP 부원장 이모 씨(60)는 2017년 6월 품위유지 의무 위반(성추행)으로 ‘강등’ 징계를 받았다. ‘파면’ 이나 ‘해임’ 보다 가벼운 징계다. 이 씨는 술에 취한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 씨 사건에 대해서 강제추행(준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 송치했다. 검찰은 이 씨에 대해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 처분은 죄는 인정되지만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는 않는 것이다.

검찰 처분 이후 열린 KISTEP 징계위원회에서 징계위원 중 한 명은 이 씨의 범행에 대해 “구체적인 성폭력 의도를 갖고 있었고 기관 내 성폭력을 근절시켜야 할 부원장 지위로 범죄를 저질러 비위 정도가 심하다”며 ‘파면’을 건의했다. 징계위원장을 포함한 나머지 6명의 징계위원은 “사직을 전제로 ‘강등’ 처분을 내린다”며 이 씨가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고 넘어갔다.

KISTEP은 다른 직원들의 성범죄에 대해서는 ‘해임’ 처분을 내렸다. 환경미화 업무를 하는 직원 박모 씨(52)는 동료 직원에게 사귀자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고위직인 부원장의 성범죄에 대한 처분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강약약강’의 이중잣대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다른 직원을 강제추행한 지식정보실장 김모 씨(50)에 대해서도 해임 처분을 내렸다. 이후 김 씨는 “전 부원장도 강등 처분만 받았는데 나에게 내려진 해임 처분은 과도하다”며 법원에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내기도 했다. KISTEP 관계자는 “공공기관 징계 과정은 외부의 독립된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