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뒤이어 세계 첫 ‘솔리리스’(성분명 에쿨리주맙)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출시 경쟁에 가세한다. 임상 3상에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을 입증하면서다.

암젠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인 ‘ABP959’가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밝혔다. 암젠은 성인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및 기타 적응증 치료제로 ABP959 개발을 진행해 지난달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했다.

같은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도전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해 먼저 임상 3상을 마치면서 암젠의 임상 완료 소식에도 관심이 쏠렸었다. 암젠은 이번 임상 결과를 토대로 상업화 진입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PNH는 적혈구 표면에 특정 단백질이 부족해지면서 적혈구가 파괴되는 질환이다. PNH 환자는 밤이나 이른 아침에 갑자기 불규칙하게 어두운 색의 소변을 배출한다.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번 3상은 무작위 및 이중 눈가림(맹검)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전에 최소 6개월간 솔리리스로 치료받은 PNH 환자를 대상으로 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솔리리스와 비교했다.

1차 지표는 젖산탈수소효소(LDH) 관련 수치였다. LDH는 체내 대부분의 세포에 분포돼 있는데 세포질이 손상되거나 파괴되면 혈액으로 유출된다. 적혈구가 파열되거나 손상될 경우에도 높은 수준의 LDH가 혈류로 방출된다. 때문에 LDH는 PNH의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로 흔히 사용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SB12’ 임상의 1차 지표로 LDH를 활용했다.

임상 결과 LDH 수치에서 ABP959와 솔리리스 간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차이가 없었다. 안전성과 면역원성도 두 약물이 유사했다. ABP959는 솔리리스와 약학 기전 및 용량, 투여 경로, 투여 요법이 모두 같다. 암젠은 이번 임상의 자세한 결과를 향후 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데이비드 리스 암젠 부사장은 “회사의 잠재적인 바이오시밀러를 환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규제 기관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솔리리스는 미국 알렉시온이 개발했다. PNH와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aHUS) 등에 처방된다. 알렉시온은 2020년 아스트라제네카가 인수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솔리리스로 18억7400만달러(약 2조3000억원)를 벌어들였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암젠보다 3상 진입 속도는 늦었지만 먼저 임상을 마치고 지난 6월 유럽 의약품청(EMA)에 판매허가 신청서(MAA)를 제출했다. 의료 미충족 수요가 큰 지역과 국가를 공략해 암젠보다 환자 모집이 수월했단 설명이다. EMA는 지난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MAA 검토를 수락했다. 암젠은 아직 구체적인 신약허가 신청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솔리리스보다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솔리리스는 성인 기준 투약 비용이 연간 50만달러(약 6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바이오의약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신약보다 개발 비용이 적게 드는 바이오시밀러의 강점을 살려 제품의 가격을 오리지널 약 대비 낮게 책정한다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