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1주일 동안 가장 ‘핫(hot)’하고 ‘콜드(cold)’했던 종목을 쏙 뽑아 들여다봅니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

8월 첫째 주 제약·바이오 종목 중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회사는 압타바이오입니다.

압타바이오는 지난 29일 주가가 하루 상승 제한폭까지 급등했습니다. 직전 28일 주당 1만6950원에 거래를 마쳤던 압타바이오 주가는 이날 2만2000원까지 상승했습니다.

다음 거래일인 이달 1일에도 18% 가까이 상승하며 순식간에 주가가 2만5950원을 찍었습니다. 지난 2월 이후 6개월여 만에 최고치입니다.

상승은 여기까지였습니다. 2일부터 3거래일 연속 큰 폭으로 주가가 빠지더니 주당 2만1150원(4일)까지 하락했습니다. 5일에는 2만1500원까지 1.65% 소폭 반등했습니다.
당뇨신증 '임상 성공' 주장한 압타바이오…투자자가 알아야 할 쟁점은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
압타바이오 주가가 냉탕과 온탕을 오간 건 최근 발표한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 'APX-115(아이수지낙시브)' 임상 2상 톱 라인(Topline) 결과 때문입니다.

압타바이오는 29일 IR전문 컨설팅 업체인 IR큐더스를 통해 'APX-115 임상 2상 성공, 기술수출 청신호'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논란의 시작입니다.

우선 APX-115가 무슨 치료제인지, APX-115가 치료하려는 당뇨병성 신증이 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당뇨병성 신증은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서 신장의 혈관이 손상되는 질환입니다.

당뇨병은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나타나는 대사질환의 일종이죠. 당뇨병성 신증은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입니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중증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합니다.

압타바이오의 APX-115는 NOX(NADPH oxidase) 효소를 저해하는 원리의 치료제입니다. 세포막에 존재하는 NOX는 염증, 섬유화 관련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활성산소(ROS)를 일으키는 원인입니다.

NOX로 인해 인체의 '배기가스'로 불리는 활성산소가 생기고, 이것이 신장 질환을 일으키는 것이죠. APX-115는 활성산소의 원인이 되는 NOX를 저해해 당뇨병성 신증을 치료하는 게 목적입니다.

압타바이오는 2020년 8월 유럽에서 APX-115 임상 2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습니다. 유럽 4개국(헝가리, 불가리아, 세르비아, 체코) 16개 병원에서 임상이 진행됐다고 합니다.

이 임상은 총 140명을 대상으로 하도록 설계가 됐습니다. 68명에게는 진짜 약, 72명에게는 가짜 약(위약군)을 투여해 두 군간의 효능 차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입니다.

140명 가운데 4명은 중도 탈락해 총 136명이 임상을 최종적으로 마쳤습니다.

회사는 약효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소변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UACR)을 설정했습니다. APX-115를 먹으면 UACR 비율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인다고 가정하고, 이를 확인하겠다고 한 겁니다. 이 비율이 소위 '1차 평가지표'입니다.

압타바이오는 29일 공시에서 '①유효성' 항목 첫 부분에 "ITTS/FAS 분석군에서 UACR이 위약군(가짜 약 투여군)에서는 약 3% 미만 감소한 것에 비해 APX-115 투약군에서는 약 20% 이상 감소했다"고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1차 평가지표에 대한 결과를 밝힌 거죠.

'ITTS(Intention-to-treat)/FAS(Full Analysis Set) 분석군'이라는 건 전체 140명을 대상으로 결과를 분석했다는 의미입니다. 압타바이오는 그러면서 이 전체 분석군에 대한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습니다.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는 건 말 그대로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을 만큼 진짜약 투약군과 가짜약 투약군 간에 효능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임상개발 영역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건 일반적으로 임상 실패로 받아들여집니다.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치료 효능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을 만큼 나타나지 못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압타바이오가 지난 29일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APX-115 임상 2상 톱라인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
압타바이오가 지난 29일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APX-115 임상 2상 톱라인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
그런데 압타바이오가 공시와 동시에 배포하고 이후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공식 자료는 조금 다릅니다.

공시와 달리 전체 ITTS/FAS 분석군, 즉 전체 임상 대상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습니다. 당연히 통계적 유의성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내용도 없습니다. 회사가 1차 평가지표로 내세운 가장 중요한 내용인데도 말입니다. 회사도 이를 모를 리 없었을테니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전문 지식이 많지 않은 일반 투자자들은 회사가 발표한 '임상 성공'에만 주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29일 주가가 상한가까지 치솟은 배경으로 추정됩니다.

정작 전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1차 평가지표가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는데, 왜 상한가까지 주가가 급등한 건지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실제 이날부터 이틀 간 개인투자자는 45만여주를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약 40만주와 4만4000주를 순매도 했습니다. 29일부터 개인투자자는 6거래인 연속 순매수하지만, 기관은 1일부터 5거래일 연속 순매도 중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11월 압타바이오가 APX-115 임상 2상 중간결과를 발표했을 때는 통계적 유의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주가가 20% 넘게 급락했던 적이 있습니다.

압타바이오의 보도자료가 허위는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쏙 빼고 보고 싶은 부분만 기재해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바이오업계에선 "바이오 산업 전체의 신뢰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사례가 나온 것 같아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물론 APX-115 임상 2상이 완전 실패한 건 아닙니다. 효능 자체가 없는 약은 아니라는 겁니다. 2상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사람에서 작용할 수 있다는 가설을 증명(PoC·Proof of Concept)한 측면이 있습니다. 성과라면 성과입니다.

이 임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이 확보된 분석 결과가 있는데, 대상을 '약물 순응군(drug compliance group)'으로 한정했을 때입니다. 압타바이오는 이걸 근거로 '임상 성공'이라고 강조하는 겁니다.

약물 순응군이라는 건 이렇습니다.

위에 언급했듯 140명의 임상 대상자 중 68명은 진짜 약을, 72명은 가짜 약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약이 배정된 임상 대상자 68명 가운데 24명은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임상 종료 후 확인이 됐다고 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약을 제대로 안 먹었으면 당연히 효능이 없게 나오기 때문에 이들 24명을 뺀 44명, 즉 약물 순응군만 놓고 약효를 확인해본 겁니다. 이는 회사가 애초 임상 2상을 설계할 때 하위 분석(sub group analysis)으로 수행하겠다고 밝힌 내용입니다.

실제로 순응군만 놓고 분석을 해보니 UACR이 약 30% 이상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순응군만 놓고 분석하니 통계적 유의성이 확보가 된 것이죠.

또 다른 하위 분석군인 중증 환자만 뽑아놓고 분석을 해봐도 가짜약 대비 UACR이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 역시 통계적 유의성이 확보됐습니다. 이는 압타바이오가 '임상 성공'을 주장하는 또 다른 근거입니다.

압타바이오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전체 임상 대상자에 대해서는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다.(공식 자료에선 누락) 하지만 이는 약을 제대로 먹지 않은 사람들이 끼어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빼고 약을 제대로 먹은 사람들과 중증 환자들만 놓고 보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효능이 확인됐다. 그래서 '임상 성공'이다."

그러면서 애초 '약물 순응군'과 '중증 환자'에 대한 UACR 변화도 임상 설계에 포함돼 있는 1차 평가지표라고 주장을 합니다.

하지만 복수의 전문가들은 조금 다른 견해를 제시합니다.

이들은 순응군이나 중증 환자군에 대한 분석이 어디까지나 임상 설계 상의 하위 분석일 뿐이지, 1차 평가지표가 될 수는 없다는 견해입니다.

하위 분석들이 1차 지표가 되려면 애초 압타바이오가 이를 1차 지표로 설정했어야 했고, 유럽 당국이 운영하는 임상등록 사이트에도 이런 내용이 기재돼 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유럽 임상등록 사이트(EU Clinical Trials Register)를 보면, 압타바이오가 설정한 이번 임상의 1차 평가지표는 "Mean change in UACR at Week 12 from baseline in APX-115 treatment group compared to placebo group"입니다.

투약 후 12주 후에 가짜 약 투여군(placebo group)과 비교해 APX-115가 UACR 지표를 유의미하게 변화시키는 걸 확인하겠다고 한 겁니다. 순응군이라든가, 중증 환자군이라든가 하는 특정 대상군에 대한 조건이 보이지 않습니다.
압타바이오가 유럽 임상등록 사이트(EU Clinical Trials Register)에 등록한 1차 평가지표(Primary end point)'
압타바이오가 유럽 임상등록 사이트(EU Clinical Trials Register)에 등록한 1차 평가지표(Primary end point)'
하위 분석에서 통계적 유의성이 확보됐다고 해도 1차 평가지표로 설정한 전체 임상 대상자에 대한 '위약군 대비 APX-115의 UACR 감소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임상 성공'을 주장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한 임상 전문가는 "하위 분석은 어디까지나 파생된 분석"이라며 "아무리 하위 분석 결과에서 유효성이 확인됐다고 해도, 임상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하는 건 결국 임상 대상자에 대한 1차 평가지표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는지 여부"라고 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도 "하위 분석군에서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된 걸 인정한다고 해도, 이번 임상을 '성공했다'고 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압타바이오 측은 "전체 임상 대상자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까지 확보됐으면 좋았겠지만, 왜 그런 결과가 나오지 못했는지에 대해 충분히 설득력있게 설명할 수 있고, 그 원인을 분석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1차 평가지표가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음에도 '임상 성공'이라는 회사의 공식 입장이 외부에 발표된 데 대해서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일정 부분 인정한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또 있습니다.

압타바이오가 임상 성공의 근거로 내세우는 '약물 순응군'을 어떤 기준과 과정에 따라 선정했느냐는 겁니다. 이는 '없는' 통계적 유의성을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압타바이오는 진짜 약 투약군 68명 중 24명을 '제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며 이들을 제외한 44명에 대해서만 분석해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했다고 했죠.

압타바이오는 순응군에서 제외하는 기준을 '절반 이상 약을 먹지 않은 대상자'로 정했다고 합니다. 절반 이상 APX-115를 안 먹었으면 '순응군'이 아니라고 본 겁니다.

문제는 압타바이오가 이런 기준을 처음 임상 설계 때 정해놓고 임상 계획을 승인받은 게 아니라, 임상이 모두 끝나고 나서 이 기준을 정해 24명을 제외했다는 점입니다.

한 전문가는 "처음부터 임상 순응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정해져 있었다면 몰라도, 사후에 정한 것이라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의적 기준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설사 압타바이오가 통계적 유의성을 갖출 의도로 순응군의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전문가 시각에서는 임상 결과의 신뢰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겁니다.

다른 전문가는 "사전에 '이 약은 순응도가 낮을 수 있으니, 약물 순응군에 대해서만 1차 평가지표를 설정하겠다'고 하지 않고, 사후적으로 기준을 세워 분석한 것은 문제"라고 했습니다.

압타바이오는 "임상 설계 때 순응군을 정하는 기준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면서도 "권위있는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토 의견을 받았고, 그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회사의 주장을 인정한다고 해도 진짜 약 투약군 68명 중 무려 35%가 넘는 24명을 '약물 순응군'에서 제외한 것은 일반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순응군 44명 데이터는 모수(母數)가 너무 적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 임상수탁기관(CRO) 관계자는 "순응군 44명에 대한 결과가 있지만, 검정력을 갖기에는 부족한 숫자"라고 했습니다.

압타바이오는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APX-115 기술이전에 '청신호'가 들어왔다고 강조합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빅파마)와 기술수출 협상이 급진전되고 있고, 글로벌 빅10 제약사 모두와 기술수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중증 환자군에서 입증한 데이터를 더 중요하게 본다"면서 "이들에 대한 약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압타바이오의 기대대로 APX-115 임상 2상 결과가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성공적인 기술수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과도하게 기대감을 불어넣는 표현은 자칫 투자자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바이오업계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1차 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한 약물을 글로벌 제약사가 기술이전 해가려면 그들 나름대로 상당한 논리와 내부 설득이 필요하다"면서 "일반적으로 흔치 않은 일"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APX-115의 운명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2상에서 약효가 있는 환자군(중증 환자)을 찾았으니, 이들만을 대상으로 충분한 모수를 확보해 후속 임상을 진행하고,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면 기술이전에도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면서 "글로벌 제약사도 APX-115에 정말 관심이 있다면 이에 대한 주문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지금 이 결과만으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판단은 투자자들의 몫입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