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식 SD바이오센서 회장. 사진=김영우 기자
조영식 SD바이오센서 회장. 사진=김영우 기자
코로나19 진단기업 에스디바이오센서(SD바이오센서)가 올 상반기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도 1조원에 육박한다. 문제는 올 상반기 이후다. 실제로 분기 기준으론 매출 감소세가 급격하게 커졌다. 2분기 매출은 1분기보다 42.7%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지면서 향후 실적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 2분기에 매출 7950억원, 영업이익 3481억원을 거뒀다고 3일 잠정 공시했다. 1분기 대비 각각 42.7%, 43.8% 가량 감소한 수치다. 오미크론 변이가 크게 확산했던 1분기 이후에도 변이 바이러스가 잇달아 나왔지만 전 세계적으로 진단키트 수요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반기 기준으로는 실적 신기록을 세웠다. 올 상반기 매출은 2조1834억원, 영업이익은 967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이 2조93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분기만에 한해 매출의 75%가량을 벌어들인 셈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매출은 73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분기 실적이 크게 꺾이면서 하반기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잇따라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섰지만 실적에는 아직 이렇다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사들인 진단기기 유통사인 브라질 에코디아그노스티카(470억원)에 이어 올해 이탈리아 리랩(619억원), 독일 베스트비온(161억원)을 인수합병했지만 그 이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아직 확정 공시가 나오기 전이기 때문에 추가로 설명할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창업자인 조영식 회장은 M&A 카드를 통해 계속해서 돌파구를 찾는 중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달 미국 진단기기 업체 머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를 약 2조원에 인수하며 사업영역 확장에 나섰다. 머리디언은 소화기 질환 진단 영역에서 북미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호흡기 질환 진단에 강점이 있는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메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를 사들였다.

조 회장은 지난달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진단 플랫폼 회사를 추가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 현지에서 진단제품을 만들기 위한 신규 공장 부지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신속 유전자증폭(PCR) 진단기기인 '스탠다드M10' 미국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신속항원진단과 다른 분자진단 기기다. 스탠다드M10은 6시간 정도 걸리는 PCR 검사 소요 시간을 30분 안팎으로 줄인다는 특징이 있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기 위해 공을 들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