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가 피하주사(SC)제형의 첫 면역관문억제제 출시를 예고했다. 로슈는 ‘티센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의 SC제형을 평가하는 임상 3상(IMscin001)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3상은 이전에 백금 요법이 실패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을 가진 환자 37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티센트릭 정맥주사(IV)와 비교해 SC제형의 약동학, 안전성 및 효능을 평가했다. 1차 평가지표는 ‘혈중약물농도-시간 곡선하면적(AUC)에 따른 투약 간격 동안 혈액에서 티센트릭의 최소 수준’으로 설정했다. 임상에서 티센트릭 SC제형은 IV제형과 비교해 비열등성을 확인했다. 기존 IV제형과 유사한 효능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SC제형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IV제형과 일치했다.또 티센트릭 SC제형은 투약 시간을 3~8분으로 대폭 줄였다. 기존 IV제형의 투약 시간은 30~60분이었다. 로슈는 여러 종양학 연구에 따르면 암 환자 대부분이 통증과 불편감 감소, 투여 용이성, 짧은 치료 기간으로 IV제형보다 SC제형으로 치료받는 것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로슈는 학회를 통해 이번 연구의 자세한 결과를 공유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을 포함한 세계 보건당국에 티센트릭 SC제형의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레비 개러웨이 로슈 최고의학책임자(CMO)는 “티센트릭 SC제형은 IV제형보다 투여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환자 및 의료진의 시간을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세계 환자들에게 면역항암제 SC제형을 도입해 환자의 치료 경험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티센트릭 SC제형에는 미국 할로자임의 SC제형 전환 기술이 적용됐다.미국 머크(MSD)도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SC제형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키트루다 SC제형에는 국내 기업인 알테오젠의 ‘하이브로자임(ALT-B4)’ 기술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초 3상의 1차 연구를 마칠 예정이다. 화이자도 ‘PD-1’ 억제제의 SC제형을 개발하고 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화이자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개발에 또 한번 실패했다.화이자는 28일(현지시간) 발표한 2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GLP-1’ 기반의 NASH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PF-06882961’은 23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해 올 1월 종료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회사가 개발을 중단한 NASH 치료제는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해 케토헥소카이네이즈(KHK) 저해제인 ‘PF-06835919’의 개발을 중단했고, 2020년에는 ‘ACC(Aceyly-CoA Carboxylase)’ 저해제인 ‘클레사코스타트(PF-05221304)’와 ‘DGAT2’ 억제제인 ‘에르보가스타트’의 단독 임상을 중단했다. 화이자가 NASH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클레사코스타트와 에르보가스타트 병용요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속심사(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 ACC와 DGAT2는 지방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로, 지방 합성 과정을 억제해 지방간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이 외에도 화이자는 지난 6월 NASH 치료제를 개발하는 아케로 테라퓨틱스에 2500만달러의 지분 투자를 했다. 아케로는 현재 NASH 치료제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화이자의 투자금 역시 임상에 사용할 예정이다. NASH는 간의 지방 축적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부분의 간질환은 과도한 음주에 의해 발생하지만 NASH는 음주와 관계없이 서구화된 식습관 등에 의해 발병한다. 지방이 쌓이며 점점 간이 굳어지고 기능이 떨어져, 간섬유증과 간경변을 초래하게 된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고 혈당이 높은 비만 및 당뇨병 환자에게서 발병 확률이 높다.하지만 워낙 다양한 복합적 원인이 있어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NASH 시장 규모를 20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을 중단한 PF-06882961은 GLP-1 유사체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호르몬으로, 장에 영양분이 들어오거나 혈당 농도가 높아지면 분비된다. 때문에 GLP-1 유사체는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 등으로도 많이 개발됐다.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 등이 대표적인 GLP-1 기반 당뇨 치료제다. 당뇨병 환자에서 NASH가 많이 발병하고, 인슐린 저항성이 높으면 지방간 생성이 가속화되기 때문에 GLP-1 유사체는 NASH의 유력한 치료 후보물질이다.GLP-1 약물의 강자인 노보노디스크는 NASH 환자를 대상으로 세마글루타이드의 임상 2상을 진행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GLP-1 기반 NASH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19년 유한양행은 베링거인겔하임에 NASH 차료 후보물질을 1조원대에 기술수출했다. GLP-1과 당 대사에 관여하는 ‘FGF21’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작용제다.이듬해에는 한미약품이 미국 머크(MSD)에 같은 규모로 NASH 치료제 ‘랩스GLP글루카곤 듀얼 아고니스트’(HM12525A)를 기술수출했다. GLP-1과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 이중작용제다. 오는 10월 임상 2a상의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한미약품은 이 외에도 GLP-1 ’GCG’ ’GIP’ 등 세 개의 표적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삼중작용제 ‘HM15211’도 개발 중이다. 2020년 글로벌 임상 2상을 시작해 2024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오는 9월 첫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과 디앤디파마텍도 GLP-1 기반의 NASH 치료제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업계에서는 글로벌 빅파마인 화이자의 GLP-1 기반 NASH 치료제 개발 중단이 국내외 제약사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국내 바이오 애널리스트는 "빅파마가 개발을 포기했다는 것은 시장에 좋은 신호는 아니다"며 "GLP-1 유사체로 개발 중인 제약사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약물은 대부분 GLP-1 외에도 다른 표적을 동시에 활성화시키는 이중·삼중 작용제이기 때문에 임상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FcRn’ 저해제 시장의 선두주자인 아젠엑스(아겐스 SE ADR)가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피하주사(SC) 제형의 ‘비브가르트’(성분명 에프가티지모드) 품목허가(BLA)를 신청한다. 적응증은 전신성 중증근무력증(gMG)이다.아젠엑스는 28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아젠엑스는 지난해 정맥주사(IV) 제형의 비브가르트로 FDA의 허가를 따내며 ‘세계 최초의 FcRn 저해제’를 탄생시켰다. 이번에 SC제형으로 FDA의 벽을 넘는다면 아젠엑스는 투여 편의성까지 확보하게 된다. 올 3분기 유럽 승인도 기대우리 몸에는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항체가 크게 2가지 있다. 이 중 ‘AChR’ 항체가 85%를 차지한다. 나머지 중 8%는 ‘MuSK’ 항체다. 로슈의 블록버스터(연 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리툭산’은 MuSK에만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FcRn 항체는 AChR 항체를 억제할 수 있다.AChR 항체가 유발하는 질환 중 하나가 gMG다. gMG는 ‘면역글로불린G(IgG)’가 신경과 근육 간 신호전달을 방해해 근육 약화를 유발하는 희귀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심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중증근무력증(MG) 환자의 약 85%가 24개월 이내에 gMG로 진행된다는 게 아젠엑스의 설명이다. 비브가르트는 IgG의 수용체인 FcRn을 차단하는 기전의 신약이다.비브가르트는 앞서 IV제형으로 먼저 개발돼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작년 12월과 올 1월 gMG 치료제로 승인됐다. 여기에 더해 SC제형 임상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하며 확장 계획에 탄력이 붙게 됐다.아젠엑스는 지난 5월 SC제형의 비브가르트가 IV제형 대비 통계적 비열등성을 입증해 1차 지표를 충족했다는 임상 3상 주요결과(톱라인)를 발표했다. SC제형은 IV제형 대비 입원비 및 의료진 인건비 제외로 치료비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체 중증근무력증 치료제 시장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회사는 추산하고 있다.이번 실적 발표에서 비브가르트(IV)의 2분기 매출도 공개됐다. 올 2분기 비브가르트는 총 7500만달러(약 9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분기 2100만달러(약 273억원)에서 크게 늘었다.아젠엑스는 비브가르트 IV제형의 허가 신청도 이어가고 있다. 올 3분기에는 유럽에서 승인될 것으로 예상 중이다. 지난달 비브가르트는 gMG 치료제로 유럽 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의 승인 권고를 받았다. 유럽 집행위원회(EC)는 CHMP의 의견을 참고해, 권고 이후 약 60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승인될 경우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리히텐슈타인 등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판매가 가능해진다.협력사를 통해 중국과 이스라엘에도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중국에서는 자이랩이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비브가르트의 BLA를 제출했다. NMPA는 현재 이를 접수하고 심사에 돌입한 상태다. 아젠엑스는 연말까지 비브가르트의 자가면역질환 적응증을 1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FcRn 저해제 분야에서 선두자리를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한올바이오파마, 짧은 투약시간이 강점아젠엑스가 비브가르트의 존재감을 키워가는 게 다른 FcRn 저해제 개발사들에게 호재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인 만큼 선두주자가 인지도를 높여 놓으면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비교적 쉽게 안착할 수 있다는 이유다.국내에서는 한올바이오파마가 SC제형의 FcRn 저해제인 ‘HL161’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협력사인 이뮤노반트를 통해 중증근무력증으로 지난 6월 임상 3상을 시작했다. 2024년 주요결과(톱라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HL161은 IV제형의 비브가르트 대비 투약 편의성에서 강점이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만약 내년 SC제형의 비브가르트가 FDA의 허가를 받으면 HL161은 SC제형에서도 후발주자가 된다. 하지만 투약 시간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의견이 있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비브가르트의 SC버전은 항체량이 1000mg으로 피하주사 투약 시 30초 내외가 필요하다”며 “HL161은 개발 초기부터 항체의 용량을 최소화하고 피하주사에 적합한 항체를 선택해 10초 이내 투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